◇'대쪽총리'기대vs'불협화음'우려=대통령제 하에서 총리의 역할은 제한적이지만 국정의 '2인자'로서 해야 할 역할은 적지 않다. 청와대가 정 후보자를 지명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지역통합과 중도실용에 기여할 인물이라는 점이다. 충청 출신 총리로 국민 통합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30여년의 오랜 법조생활을 마감하고 1993년 총리에 발탁된 이 전 총리는 얼굴 마담에 그칠 것이라는 예측을 뒤엎고 '대쪽' 애칭을 받을 정도로 강단 있는 일 처리로 호평을 받았다. 총리 시절 얻은 명성은 이후 세 차례나 대권에 도전하는 든든한 밑천이 됐다.
특히 '4대강'과 '행복도시' 등 평소 현 정부와 다른 입장을 보여 왔던 현안을 얼마나 매끄럽게 처리할지 관심이다. 정부 관계자는 "정치 경험이 없기 때문에 오히려 소신 있게 업무를 잘 처리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있다"며 "정부와 어떻게 손발을 맞춰 나갈 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서민총리' 겸 '실세총리' 될까=정 후보자는 '서민총리'라는 평을 받은 이수성 전 총리와도 비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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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 총리는 서울법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30년 가까이 많은 제자를 길러냈고 1995년에는 서울대학교 직선 총장으로 선출됐다. 문민정부 시절인 1995년 말부터 1년 3개월 동안 총리로 일하면서 소신 있고, 소탈한 서민총리라는 평을 얻었다.
정 후보자도 한국은행에 잠시 근무한 것을 제외하면 대부분 학계에서 경력을 쌓았다.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로 많은 제자들을 배출했고, 지난 2002년부터 4년간 서울대 총장을 지낸 점도 이 전 총리와 유사하다.
하지만 이 전 총리는 업적 면에서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무난했지만 그 이상은 아니라는 평을 받으면서 이후 정계에서 뚜렷한 족적을 남기지 못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이 전 총리는 정부와 원만했고 무탈하게 총리직을 마쳤지만 총리직을 통해 큰 명성을 쌓지는 못했다"며 "정 후보자가 대권에 뜻이 있다면 업무에서 뚜렷한 성과를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후보자가 성공하려면 구설수를 피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지난 2004년 참여정부 두 번째 총리로 임명된 이해찬 전 총리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전 총리는 재임기간동안 굵직굵직한 업무를 무난히 처리해 '일하는 총리'라는 평가를 받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으로부터 권한을 상당수 넘겨받아 분권형 국정운영의 기틀을 닦았다는 평도 있다. 하지만 직선적인 성격으로 자주 국회와 정면충돌했고 철도파업이 한창이던 2006년 3.1절에 골프를 친 사실이 드러나 결국 불명예 퇴진했다.
정부 관계자는 "이상적인 총리는 일도 잘하면서 서민 지향인 것 아니겠느냐"며 "소신 있는 목소리를 내되 불협화음을 줄이고, 정부와 시너지 효과를 내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