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선료 부담, 매출액보다 커

더벨 김동희 기자 2009.09.14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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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사리포트:대한해운편]용선·대선 위주 사업···외부 차입 불가피

이 기사는 09월02일(11:02)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대한해운 (1,913원 ▲56 +3.02%)은 업황 악화로 가장 직접적인 타격을 입고 있는 해운사 중 하나다. 시황과 운임가격 변동에 민감한 벌크선 위주로 사업을 벌이고 있는데다 비용 발생이 불가피한 용선과 대선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이미 영업실적은 최악의 국면을 맞고 있다. 전체 매출액은 용선료를 갚는데 써도 모자랄 정도로 급감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호황기 끝물에 대규모 선박 투자에 나서면서 재무 부담도 커졌다.

영업손실률 30%대···높은 용대선 비중 실적 악화 부채질



대한해운은 올 상반기 343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사업구조와 규모가 비슷한 STX팬오션보다 손실규모가 4배 가량 컸다. 매출액은 1조161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4%가 줄었고 당기순손실도 4245억원으로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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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기침체로 물동량이 줄면서 벌크선 운임지수(BDI)가 급락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상반기 10000포인트를 넘던 BDI는 올 1분기에 평균 1562포인트로 떨어졌다가 2분기 들어 소폭 반등, 평균 2714포인트를 나타냈다. 3분기 들어 3000~4000포인트 대를 형성하고 있지만 여전히 호황기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대한해운은 이 같은 운임하락과 더불어 용선과 대선 위주의 사업이 실적악화를 부채질했다.



호황기의 용선 사업은 자사선만으로 영업할 때보다 더 많은 운송 수익을 가져다 준다. 체결한 운송계약을 놓치지 않아도 돼 고객을 관리하는데도 효과적이다. 빌린 배값에 일정한 마진을 더해 다시 빌려주는 대선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업황이 꺾이기 시작하면 용선은 고스란히 비용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운임이 높을 때 용선계약을 체결했다가 운임이 급락하면 수익보다 지급해야하는 용선료가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선도 얘기치 못한 부실로 되레 비용만 커질 수 있다.

용선과 대선 비중이 큰 대한해운도 여기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대한해운은 자사선이 31척이지만 용선은 150척으로 5배 가량 많다. 용선 중에 장기용선계약을 체결한 선박만 139척(92%)에 달해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다.



실제로 대한해운은 올 상반기에 지급해야할 용선료가 벌어들인 매출액보다 더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평사 관계자는 "대한해운은 다른 대형 해운사와 달리 대선 매출이 매출액의 70%를 차지한다"며 "업황악화로 인한 실적 감소 규모가 다른 해운사보다 클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규모를 밝힐 수는 없지만 대한해운이 지불해야하는 용선료가 매출액 보다 큰 것도 맞다"고 덧붙였다.

선박투자 영향 차입금 '증가'···해외 사모 CB·EB 발행 예정



해운업 호황기를 겪으면서 늘린 대규모 선박투자는 재무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대한해운은 현재 벌크선 15척과 탱커선 3척을 발주해 오는 2013년까지 순차적으로 넘겨받을 예정이다. 규모는 약 1조9000억원 수준으로 현재 보유하고 있는 장부상 선박 금액(1조4500억원)보다 더 크다.

대한해운은 신조선박 금액의 80%(약 1조5200억원)를 외부에서 조달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이미 올들어 영업현금흐름이 적자로 돌아서자 차입금이 급증하고 있다. 실제로 대한해운의 영업현금흐름은 지난 2007년말 3375억원 흑자에서 지난해 말 5745억원으로 늘었다가 올 상반기 4976억원의 적자로 돌아섰다. 반면 차입금은 2007년말 7373억원에서 지난해 말 9504억원으로 늘더니 올 상반기에는 1조5169억원으로 급증했다.



실적악화로 운전자금과 발주한 선박대금을 치르는데 자금이 부족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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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해운의 차입금은 앞으로도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업황개선은 여전히 불투명한데 아직 결제해야할 선박대금은 남아있기 때문이다. 싱가포르 현지법인 등 계열사에 대한 지원 가능성이 남아있는 것도 부담이다.



올 들어 대한해운은 보유선박 5척을 2145억원에 판매 후 임대(Sales & lease Back)했으며 공모사채도 3000억원을 발행했다. 또 LNG전용선 2척에서 발생하는 미래운임채권을 담보로 1000억원의 유동화대출(ABL)도 선보였다. 최근에는 싱가포르시장에서 518억원 규모의 사모 전환사채(CB)와 776억원 규모의 교환사채(EB)도 발행키로 했다. 이를 위해 자사주 104만7000주도 처분할 예정이다.

증권사 크레딧애널리스트는 "대한해운의 장부상 재무구조는 비교적 양호한 편이지만 사업구조가 시황변동에 매우 민감하다"며 "신규 선박 발주규모도 커 해운업황이 현재의 상황을 지속한다면 중장기적으로 계속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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