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예약 앞둔 '보금자리'의 허와 실

머니투데이 이군호 기자 2009.09.09 10:45
글자크기

[머니위크]반값이라도 서민에게 '억소리'

서울 강남ㆍ서초지구, 고양 원흥지구, 하남 미사지구 등 4개 보금자리주택 시범지구의 사전예약이 임박했다. 하반기 청약시장의 모든 관심사는 보금자리주택 사전예약에 몰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서울 강남ㆍ서초지구의 추정분양가는 주변 시세의 절반인 1150만원에 불과해 강남 입성을 노리는 실수요자들 사이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릴 전망이다. 정부도 강남에 반값아파트를 공급해 서민주거 안정을 꾀했다는 홍보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정부가 서민주거 안정을 위해 이번 대책을 내놓았지만 당장의 주거불안을 해결할 묘책은 아니라는 점이다. 당장 주택공급이 부족해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전세난 해소대책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분양가가 절반이라고는 하지만 부담액이 만만치 않아 진정 서민들을 위한 주거대책인지에 대해서도 말들이 많다. 여기에 전매제한 강화에 따른 부작용을 지적하는 전문가들도 많다.



사전예약 앞둔 '보금자리'의 허와 실


◆가을 이사철 '전세대란' 못 막는다

정부는 수도권 보금자리주택 공급 물량을 당초 40만가구에서 60만가구로 대폭 확대하고 공급 시기도 오는 2018년에서 2012년까지로 앞당겼다.

최근의 매매가나 전세가 상승이 공급 부족으로 인한 수급상의 문제임을 감안하면 정부의 이번 대책은 중장기적으로 주택시장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문제는 코앞으로 다가온 올 가을 이사철을 포함해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는 올해와 내년 주택시장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올해 서울 입주 물량은 2만8000여가구로 지난해 5만여가구의 절반 수준에 불과할 것으로 추정된다. 내년 입주량도 2만7000가구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재개발재건축으로 인한 멸실 가구는 크게 늘고 있어 급격한 수급불균형 우려를 낳고 있다.

서울시 주거환경개선정책 자문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1만8000여가구였던 서울시내 멸실 가구 수는 올해 3만여가구로, 내년 4만8000여가구로 급증할 전망이다.

보금자리주택 시범지구가 10월 초 사전예약을 받더라도 입주까지는 최소 2~3년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당장 불안한 서민주거 안정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 오히려 보금자리주택 입주 희망자의 상당수가 대기하면서 전세시장에는 악재가 될 수도 있다.

사전예약 앞둔 '보금자리'의 허와 실
◆반값도 4억 이상 필요, 청약 신중해야

보금자리주택 시범지구의 분양가는 주변 시세의 50~70% 수준에서 책정됐다. 서울 강남·서초지구의 전용 85㎡ 분양가는 3.3㎡당 1150만원으로 인근 시세 3.3㎡당 2500만~3000만원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문제는 과연 집 없는 서민들이 쉽게 매입할 수 있을 것인 가다. 전용면적 85㎡ 아파트의 분양가는 3억7000만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며 발코니 확장에 다른 비용까지 포함하면 4억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만약 부부합산 연소득이 3000만원 이하인 가구가 근로자 생애최초 특별공급 청약을 통해 서울 강남ㆍ서초지구 보금자리주택 입주예약자로 선정됐다면 기존 전세 1억원과 국민주택기금 대출 1억원 외에 2억원을 추가로 조달해야 한다.

부족자금을 다른 금융회사에서 대출받는다면 이자 부담은 큰 폭으로 늘어난다. 특히 보상비가 늘어날 경우 분양가는 더 오를 가능성이 높아 부담은 그만큼 더 커진다.

스피드뱅크 이미영 분양팀장은 "전용 85㎡의 분양가가 3억7000만원 수준으로 추산되기 때문에 계약자는 적어도 2억~3억원 이상의 자금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며 "이 정도의 자금을 갖고 있는 수요자들이 아무리 무주택자더라도 보금자리주택 입주 대상이 맞는 것인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반값아파트는 당첨만 되면 강남에 내집을 마련하는 것은 물론 최대 수억원의 차익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감을 심어주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무턱대고 청약에 나섰다가는 자칫 낭패를 볼 수도 있어 신중하게 결정하고 접근해야 한다.

보금자리주택은 사전예약을 신청해 입주예약자로 최종 확정된 뒤 그 지위를 포기할 경우 수도권 과밀억제권역은 2년, 기타 지역은 1년 동안 보금자리주택의 입주예정자로 선정될 수 없는 불이익을 당한다.

생업상 사정이나 질병치료, 취학, 결혼, 해외이주 등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곤 보금자리주택 공급이 완료되는 오는 2012년까지 다른 보금자리주택에 청약을 못한다.

김규정 부동산114 부장은 "근로자 생애최초 특별공급의 경우 단순히 투자가치에 현혹돼 서민들이 고액 대출을 통해 묻지마 청약을 하기엔 부담스런 가격"이라며 "한번의 욕심으로 3년간 보금자리주택에 청약을 못할 수도 있는 만큼 신중한 청약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사전예약 앞둔 '보금자리'의 허와 실
◆전매제한기간 10년의 딜레마

보금자리주택의 가장 큰 딜레마는 최장 10년에 달하는 전매제한이다.

보금자리주택은 분양가격이 주변시세의 70% 미만이면 전매제한이 10년이고, 70% 이상이면 7년이 적용된다. 정부는 주변시세보다 턱없이 낮게 분양가를 낮춰 보금자리주택을 공급하면서 시세차익을 줄이기 위해 전매제한 조항을 만들었다.

문제는 전매제한이 향후 주택시장에 적지 않은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점이다.

우선 아파트 분양ㆍ거래시장을 침체시키는 요인이 된다. 4년에 걸쳐 32만가구가 공급되지만 7~10년 동안은 거래가 안 돼 '죽은 시장'이 되기 때문이다.

최장 10년에 달하는 전매제한은 계약자들의 유동성도 압박한다. 10년 동안 자금운용이 막히는 것이다. 강남ㆍ서초지구 등은 기대수익이 커 전매제한 위력이 크지 않을 수도 있지만 수도권 B급 보금자리주택은 돈만 묶이고 시세차익은 상대적으로 적어 전매제한 위력은 클 수밖에 없다.

10년 전매제한은 집값 안정에도 부정적이다. 정부가 보금자리주택을 대거 쏟아내는 데는 공급을 통해 주변 집값을 낮춘다는 계산이지만 10년 동안 거래가 묶여 이 같은 효과는 기대할 수 없다. 싼 주택이 유통되지 않으면 주변에 영향을 줄 수 없기 때문이다.

한 부동산전문가는 "전매제한이 부동산시장의 자율적인 수급조절기능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어 부작용을 어떻게 풀어나갈지가 정부의 고민일 것"이라고 말했다.

사전예약 앞둔 '보금자리'의 허와 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