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거' 정운찬, 총리 수락한 배경은

송기용 전혜영 기자 2009.09.03 19:38
글자크기

李대통령 삼고초려에 "부강한 나라 만들겠다" 포부 밝혀

'은거' 정운찬, 총리 수락한 배경은


9.3 개각을 통해 깜짝 발탁된 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의 대표적인 수식어는 '전 서울대 총장'이다. 서울대 총장을 거친 인사가 한둘이 아니지만 '최연소' 타이틀을 거머쥔 정 후보자만큼 많은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국내 최고의 엘리트 경제학자로 '서울대 총장'이라는 직함이 누구보다 잘 어울리던 그가 예순셋의 나이로 정계에 입문한다. '총장'에서 '총리'로의 전격 변신이다.

적이 없는 깨끗한 이미지, 정부 경제정책에 대한 건설적 비판과 대안제시로 얻은 명성으로 정 후보자는 그간 정치권의 영입 1순위로 꼽혀왔다. 김대중 정부 출범 직후 한국은행 총재 제안을 받았으나 고사했고, 노무현 정부에서도 경제부총리, 국무총리 물망에 오르며 화제를 낳았다. 지난 17대 대선에서는 범여권 제3후보로 거론되며 대선 출마와 신당 창당을 고려하기도 했지만 두터운 현실정치의 벽을 넘지 못하고 대학으로 돌아갔다.



당시 정 후보자는 교수와 정치인의 정체성 사이에서 '접점'을 찾지 못해 대선에 불출마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자신에게 정치할 자격과 능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도 들었다. 하지만 학계로 돌아간 후에도 이명박 정부 초대 총리 후보로 거론되는 등 정계에서 변함없는 '러브콜'을 받아왔다.

3일 전격적으로 발표된 정 후보자의 총리 내정은 관가와 정가에 신선한 충격을 안겨줬다. 이명박 대통령이 진보적 색채가 짙은데다 자신과 별다른 인연도 없는 인사를'일인지하 만인지상(一人之下 萬人之上 )'의 총리에 발탁했기 때문이다. 짧은 외도 이후 "우리 정치풍토에 환멸을 느낀다"며 정치권과 벽을 쌓아오던 정 후보자가 현실세계에 발을 내딛은 배경에도 관심이 집중됐다.



충남 출신 진보 경제학자인 정 총리 발탁은 지역과 이념을 뛰어넘어 탕평 정치를 추진하겠다는 이 대통령의 '중도실용'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또 짧게는 내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를 앞두고 충청권을 공략하고 길게는 박근혜 전 대표의 독주체제가 지속되고 있는 차기 대권구도에 경쟁을 불어넣겠다는 포석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정 후보자의 영입에는 '삼고초려'한 이 대통령의 지극한 정성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 본인이 직접 한차례 정 후보자를 만났고, 정정길 대통령 비서실장도 두 차례 보내 간곡히 설득했다는 후문이다.

정 후보자는 "국내외적 상황이 책상머리에서 고뇌를 거듭할 만큼 한가하지 않았다"고 수락 배경을 설명했다. "불안한 거시경제와 어려운 서민생활, 막대한 사교육비 지출, 일자리 창출, 사회적 갈등과 지역대립, 남북문제 등 우리가 직면한 현안 중 어느 것 하나 녹록한 것이 없어 총리직을 받아들였다"는 것. 그러면서 "이 대통령을 보필해 한국을 지금보다 좀 더 강한 경제의 나라로 만드는 게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이날 지식경제부 장관에 최경환 한나라당 의원, 노동부 장관에 임태희 의원, 법무부 장관에 이귀남 전 법무부 차관, 국방부 장관에 김태영 합동참모의장, 여성부 장관에 백희영 서울대 교수, 특임장관에 주호영 의원을 내정했다.

이번 개각은 지난해 7.7 개각과 올해 1.19 개각에 이어 세 번째지만 소폭에 그쳤던 이전과 달리 국무총리가 1년 반 만에 교체되는 등 사실상 이명박 정부 집권 2기 내각의 출범이라는 평가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