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정운찬 총리 발탁 4가지 이유

머니투데이 송기용 기자 2009.09.03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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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이념 색채 보완, 차기 권력구도 정립등

李대통령, 정운찬 총리 발탁 4가지 이유


이명박 대통령이 9.3 개각을 통해 집권 중반기 진용 구축을 끝냈다. 국무총리를 포함해 6명의 장관이 바뀐 중폭 개각이지만 9.3 개각의 핵심은 정운찬 총리라는 게 중론이다.

거슬러 올라가면 재보선 참패로 인적쇄신론이 불거진 지난 4월 이후 무려 4개월여의 장고 끝에 이 대통령이 정 총리를 '2인자'로 전격 발탁한 배경을 주의 깊게 봐야 한다는 것.



정 총리의 발탁은 4가지 측면에서 설명된다. 첫째, 지역구도 돌파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이후 줄곧 '영남정부'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전임 한승수 총리가 강원 출신이지만 내각과 청와대 곳곳에 영남 출신 실세들이 포진해 정권을 좌우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명박 정부의 인사는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출신)'이라는 뼈아픈 비판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 때문에 이번 총리 인선의 주안점을 화합, 통합에 두고 충청, 호남 인사들을 물색한 끝에 충남 공주 출신의 정 총리를 선택했다. 내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를 앞두고 자유선진당에 잠식당했던 충청권 을 탈환하겠다는 의지도 읽힌다.

둘째, 이념에서의 탈피다. 이 대통령은 지난 10년의 진보정권과 차별화된 보수정권을 표방하며 대선에서 사상 최대 표 차이를 기록하며 당선됐다. 그러나 과도한 보수색채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개방과 촛불시위, 노무현 전 대통령 조문정국 등을 거치며 정권의 기반이 흔들리기 까지 했다.

조문정국 이후 '중도실용'을 들고 나온 것도 이 같은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고육책이다. 집권 세력과 대립각을 세우며 진보적 색채를 분명히 했던 소신파 경제학자인 정 총리의 발탁은 현 정부의 이념을 보수에서 중도로 한 클릭 이동시키는 효과를 가져 올 것으로 기대된다.


차기 권력구도를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분석도 있다. 새로운 차기 대권주자를 육성해 박근혜 전 대표의 독주 양상이 장기화되고 있는 여권의 권력구도에 변화를 주겠다는 것.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어느덧 집권 중반기에 접어들고 있는 만큼 차기 권력 창출을 염두에 두고 인물을 발탁할 때가 됐다"며 "이번 총리 인선에서는 대권주자로서의 가능성 등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이번 개각에서 의원 출신이 3명이나 입각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설명할 수 있다. 지난 대선에서 맹활약한 대표적 친이계(친 이명박계) 인물인 임태희 의원을 노동부 장관에, 주호영 의원을 특임장관에 전진 배치해 여의도 정가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마지막으로 국정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기 위해 경제 전문가를 총리로 영입했다는 지적이다. 이 대통령이 정권 출범 당시 자원외교에 주안점을 둔 '조용한 총리'로 한 총리를 택했지만 정 후보자는 명실상부한 '정책 컨트롤타워'로 내각을 주도하도록 배려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청와대 참모는 "어느덧 내년이면 집권 3년차다. 정치 일정상 앞으로 1년 정도가 대통령으로서 전력을 기울일 수 있는 시기인 만큼 행정구역 및 선거구제 개편, 선거횟수 축소 등 정치개혁과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국정운영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과 성장 동력 확보 등 경제 현안 해결에 정 총리의 역량이 힘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를 걸고 있다. 김은혜 청와대 대변인은 "정 총리 내정자가 경제비평가로서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에 건설적 대안과 조언을 아끼지 않았던 경험을 토대로 대통령을 보좌해 중도실용과 친서민 정책을 내실 있게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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