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 개각…술렁이는 여의도,정운찬 파괴력은?

머니투데이 이승제 기자 2009.09.03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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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정운찬 후보자 내정에 촉각…차기 대선주자?

'9·3 개각'으로 정치권에 변화의 바람이 불 전망이다. 신임 국무총리에 충청 출신(충남 공주)의 정운찬 전 서울대총장이 전격 내정됨에 따라 다양한 해석과 반응을 낳고 있다. 또 여당 요구대로 3명의 정치인이 입각했고 특히 특임장관으로 내정된 주호영 한나라당 의원은 소원했던 당·정·청 관계를 밀착시키는 임무를 맡았다.

여야는 이번 개각에 대해 극명하게 대조되는 반응을 보였다. 한나라당은 여당의 뜻이 존중됐다며 "화합, 실용, 안정 등 3가지를 얻는 개각"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민주당은 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의 지명과 관련해 "한복바지에 양복상의를 입은 것 같은 어색한 조합"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정운찬 총리'…파괴력은= 정 후보자가 국무총리직을 수락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정 후보자는 그동안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보여왔기 때문. 특히 4대강 사업의 경제적 효과와 실효성을 문제삼아왔다.

민주당은 특히 진보적 중립성향을 지닌 정 후보자의 총리 수락을 경계했다. 노영민 민주당 대변인은 "정 후보자의 그동안 발언에 비춰볼 때 대통령과 총리 둘 중 한 명은 소신을 접어야 공존이 가능한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라며 "아무리 봐도 불균형, 부조화"라고 비판했다. 같은당 송두영 부대변인은 "만일 정 후보자가 총리로 임명된 후 평소의 소신과 철학을 저버리고 대통령의 지시사항 이행에 급급한다면, 정 후보자는 양심을 버린 채 이명박 정권에 투항한 꼴이 된다"고 말했다 .



여권에서도 정 후보자의 지명과 관련해 환영과 함께 미묘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이 친이(친 이명박)·친박(친 박근혜) 갈등구도에 갇혀 지루한 계파갈등을 겪고 있는 가운데 개혁 성향을 지닌 중도통합형 총리가 등장했기 때문. 게다가 개각 발표 하루전인 2일 청와대 쪽에서 총리 인선과 관련해 "차기 대권주자군에 포함될 수 있는지도 고려해야 할 사안"이라는 발언이 나오기도 했다. 강력한 대권후보로 손꼽히는 박근혜 전 대표의 대항마가 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 민주당 송 부대변인은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주장했던 중도실용의 정치를 실천하기 위해 정 후보자를 영입했는지 아니면 대권 후보자를 양성하겠다는 것인지도 헷갈린다"며 "특히 한나라당 내 유력 대선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정 후보자를 발탁했다면 대 국민 사기극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역대 대선에서 '캐스팅보트'를 행사해 온 충청권 출신인 정 후보자가 실세 총리로 자리매김하고 정치영향력을 확대할 경우 강력한 차기 대선 경쟁자로 부상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중도통합', '개혁'이란 이명박 정부의 집권 2기 목표와 맞아떨어지는 '캐릭터(상품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


◇'소통정치'…현실화될까= 개각 전날인 2일 청와대에서는 "정치인 입각이 당초 예상보다 적을 것"이라는 말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임태희·최경환·주호영 의원 등 한나라당 의원 3명이 입각했다. 그동안 한나라당은 "청와대와 여의도의 소통 강화를 위해 정치인 입각이 필요하다"고 줄곧 요구해왔고, 이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였다.

이번 임명에는 화합과 탕평이란 원칙이 적용됐다. 친이(임태희 주호영)와 친박(최경환)계를 아울렀다. 이로써 총 16명의 장관 중 3분의 1 가량이 여의도 정치인으로 채워졌다.



특히 이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는 주 의원이 특임장관으로 나서 당·정·청간 협력과 소통의 가교 역할을 수행하게 됐다.

한나라당에서는 이번 개각과 관련해 "그동안 여의도 정치를 멀리해 왔던 이 대통령이 '화해와 협력의 제스처'를 보낸 것"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앞서 두 차례의 개각에서 정치인 기용을 되도록 배제하려 했지만 이번에 전향적인 변화가 나타났기 때문. 이는 정권의 전체 평가와 직결될 집권 2기를 맞이해 당정 관계를 '파트너' 체제로 발전시키려는 이 대통령이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여권은 해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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