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외의 선택' 정운찬,우여곡절 끝에 총리 발탁

머니투데이 송기용 기자 2009.09.03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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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의 선택' 정운찬,우여곡절 끝에 총리 발탁


"정 총장이 국무총리로 확정된 게 맞아요? 최종 발표된 건가요?"

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의 한 측근은 3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진위여부를 거듭 확인했다. 유력한 총리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고 들었지만 몇 차례나 막판에 무산됐던 과거 사례를 고려해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고 한다.

측근조차 확신하지 못했을 정도로 정 총리의 발탁은 의외의 결과다. 지난달 중순 이후 국무총리 인선이 본격화되면서 정 총리는 7-8명의 후보군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 경제학자인데다 서울대 총장을 지내면서 확보한 인지도 등이 강점으로 꼽혔다. 특히 화합과 통합을 차기 총리 인선의 주요 기준으로 삼겠다는 원칙에 따라 충남 출신이라는 지역적 연고가 강점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총리 후보가 3-4명으로 압축되면서 정 총리는 탈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대평 전 자유선진당 대표와 강현욱 전 전북지사 등이 충청, 호남 출신이라는 지역 기반을 배경으로 급부상했기 때문이다. 정 총리가 과거 보여줬던 진보적 색채도 현 정부에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특히 내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를 앞두고 세종시 건설 문제로 불만이 들끓고 있는 충청 지역 민심 껴안기 차원에서 심 전 대표가 차기 총리에 가장 근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심 전 대표에게 정정길 대통령실장을 보내 총리직을 제안하는 등 지대한 관심을 기울였다.

하지만 심 전 대표가 이회창 총재와의 알력으로 낙마하면서 사정은 급변했다. 총리 인선이 발표되기 하루 전인 2일, 청와대의 핵심 관계자는 "화합과 탕평이 총리 인선의 변함없는 한 축이지만 변화와 개혁의 이미지도 중요하고, 차기 대권 주자 군에 포함될 수 있는지도 고려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충청, 호남 등 출신 지역뿐 아니라 개혁적 성향과 차기 대권주자로서의 상품성 등도 고려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차기 대권주자군'이 총리 인선기준이라는 점이 알려지면서 여의도 정치권이 발칵 뒤집혔다.


이 대통령이 차기 대권후보로 공공연히 키우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상 현재 유력한 대권후보인 박근혜 전 대표의 대항마를 키우겠다는 발언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어 차기 총리에 관심이 집중됐다.

결국 3일 발표된 개각 명단에서 정 전 총장이 총리로 발표됐다. 정 총리 후보자는 "대통령을 보필해 한국을 지금보다 좀 더 강한 경제의 나라로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청와대는 서울대 총장 재직시절 뛰어난 조직관리 성과를 보여 준데다 특유의 친화력과 폭넓은 글로벌 인적 네트워크로 포용과 화합의 리더십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집권2기 내각의 수장에게 요구되는 화합과 통합, 중도실용의 기준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라는 것.

한편 정운찬 총리의 등장과 관련, 정치권은 향후 파장을 가늠하느라 분주한 표정이다. 언젠가 대권에 도전할 잠룡(潛龍)으로 평가받아왔던 정 총리가 총리를 발판으로 삼아 유력한 대권주자로 도약할 것인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와 관련, 충청 출신에 진보적 경제학자라는 상품성이 파괴력을 발휘해 유력한 대권주자로 부상할 것이라는 관측과 함께 부드러우면서도 원칙에서 양보가 없는 강단 있는 성향을 고려할 때 이 대통령과의 알력 가능성을 점치는 의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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