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구 前회장 재반격 "형은 무책임한 사람"

최석환, 기성훈 기자 2009.09.01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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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보)해임사유 반박하며 박삼구 회장 경영실패 지적… 금호 "언급 가치없어"

"나는 회사에 지금과 같은 천문학적 손실을 입혔으면 반드시 책임지고 물러났을 것이다. 당신(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명예회장)은 무책임한 사람이다."

박찬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화학부문 회장이 다시 입을 열었다. 금호석유화학 이사회에서 전격 해임된 후인 지난달 3일 "법적 대응"을 공언하며 반격에 나선지 한달 가까이 지난 시점이다.



박 전 회장의 공식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산지는 1일 공식 입장을 내고 "지난달 11일 박삼구 회장을 포함한 이사들을 상대로 '첨부문서'를 발송한 바 있는데, 그로부터 상당기간이 경과한 지금까지도 답변이 전무한 상황"이라며 박 전 회장이 그 동안 침묵을 지켜온 이유에 대해 운을 뗐다.

박 전 회장측은 "지난 7월28일 박삼구 회장의 '거수기'로 전락해버린 이사회 결의에 의해 해임이 강행됐는데 박찬구 회장은 박삼구 회장이 이의 위법성과 부당함을 자인하고 결자해지의 자세로 사태해결에 임할 것을 기대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박삼구 회장은 이러한 기대를 저버리고 오히려 박찬구 회장에 대한 일방적 매도, 진실을 은폐한 언론플레이, 심지어 박찬구 회장의 의사를 확인도 하지 않은 채 '향후 법적 조치는 없을 것'이라고 수차례 공언하는 오만한 태도까지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당시 이사회가 거론한 '해임사유'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고 나섰다. 박 전 회장측은 박삼구 회장측이 해임의 첫째 사유를 '재무구조개선약정서 날인거부', 둘째 사유를 '다른 대표이사의 인감 반환거부'로 들었다고 주장했다.

박 전 회장측은 "박찬구 회장이 약정서 날인을 거부하고, 대표이사 인감을 보관한 것은 ‘대우건설 풋백옵션’이라는 박삼구 회장의 경영실패 책임을 금호석유화학과 다른 계열사에 전가하려는 일련의 위법행위로부터 주주 및 임직원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건의 전말이 지난 6월경 박찬구 회장이 박삼구 회장으로부터 금호석유화학을 대리해 주거래은행과의 재무구조개선약정에 날인할 권한을 위임한다는 '위임장'에 서명날인할 것을 일방적으로 요구받은 것에서 비롯됐다는 주장이다.

박 전 회장측은 "당시 박삼구 회장은 '금호석유화학이 왜 재무구조개선약정에 서명해야 하는지, 서명을 하면 어떠한 의무와 책임을 지게 되는지' 등에 관해 한마디 설명이 없었고, 심지어 대표이사인 박찬구 회장에게 약정서 자체를 보여주지도 않았다"고 강조했다.

또한 "박찬구 회장은 무리한 풋백옵션 의무와는 관련이 없는 금호석유화학이 주주 및 임직원 입장에서의 검토 한번 없이 일방적 의무만을 부담할 것이 자명한 약정서에 서명하는 것은 그 자체로 '배임행위'라는 판단이 들어 재무구조개선약정서 날인을 거부하고 대표이사 인감을 보관했다"고 설명했다.

박 전 회장측은 "이로 인해 금호석유화학 및 합작법인의 주주와 임직원에게 손해를 가하거나 가할 위험이 있다면, 박삼구 회장이 엄중한 법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기 때문에 철저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아울러 "이 과정에서 박삼구 회장이 추구한 외형추구 일변도의 독단적 경영권 행사에 커다란 걸림돌이 돼왔고, 금호그룹에 닥친 유동성 위기 앞에서 박삼구 회장의 경영책임 가시화를 '사전에' 봉쇄하기 위해 결국 박찬구 회장을 '희생양'으로 삼아
축출하려는 시도가 바로 이 사태의 본질"이라고 부연했다.

이에 대해 금호그룹은 "언급할 가치가 없다"는 입장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박찬구 전 회장의 입장은 이전의 주장과 전혀 다른 것이 없다"면서 "박 전 회장이 주장하고 있는 불법적인 행위는 전혀 사실이 아니며 적법한 절차에 의해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추후 진행 상황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면서 "현재로선 정해진 것이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박 전 회장이 다시 해임과정을 문제삼고 나선데다 박삼구 회장의 경영 실패를 지적함에 따라 형제간의 싸움이 법적 분쟁으로 갈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 박 전 회장은 앞서 "회장의 지위로 압력을 행사해 해임안을 가결했다"면서 법적 조치를 강구하겠다는 뜻을 명확히 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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