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할부업계, 점점 커지는 '부익부 빈익빈'

머니투데이 오수현 기자 2009.09.02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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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 이후 자동차 할부금융업계 내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4분기 이후 각 업체 별 자금조달 실적에 따른 결과라는 분석이다.

◇상반기 車할부금융시장, 독과점 양상= 1일 금융당국과 할부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자동차 할부금융(오토론 제외) 시장에서 현대캐피탈의 점유율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4.3%포인트 늘어난 58.7%로 집계됐다. 반면 대우캐피탈의 점유율은 같은 기간 5.1%포인트 낮아진 3.6%로 파악됐다. 대우자동차를 캡티브(captive)로 하는 우리캐피탈의 점유율은 4%대에 그쳤다.



이처럼 현대캐피탈의 시장점유율이 크게 늘어난 것은 금융위기가 시작된 이후 경쟁사들이 자금조달에 극심한 어려움을 겪으면서 정상적인 영업을 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9월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촉발된 금융위기로 할부금융사들의 조달금리는 지난 연말 연 9%까지 치솟고 금융권에선 신용등급 'A' 이하 업체에 대한 자금지원을 중단해 이들 업체의 신규영업이 한동안 중단되기도 했다. 할부금융사 중 신용등급 'AA'업체는 현대캐피탈이 유일하다.



이 여파로 지난해 4분기 자동차 할부금융 취급액은 3740억원으로 직전분기보다 90.5% 감소했고 이같은 상황은 올 1분기까지 계속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부분 할부사에서 자금 확보가 안돼 업계 내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가속화됐다"며 "현대캐피탈은 높은 신용등급과 제너럴일렉트릭(GE)과의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자금조달을 계속할 수 있어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대우캐피탈의 지난해 4분기 조달금액은 회사채와 자산유동화증권(ABS)을 합쳐 2500억원 수준에 그쳤다. 이는 같은 기간 현대캐피탈의 조달금액(6800억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액수다.


업계 관계자는 "이런 여파로 올 1분기 이 회사의 신규영업은 사실상 중단 상태였다"며 "대우캐피탈은 올들어 채권시장안정펀드를 통해 약 1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하면서 자금조달에 숨통이 트였으나 경쟁사와 격차는 이미 크게 벌어진 뒤였다"고 전했다.

◇일부 할부금융사 무리한 영업, '눈총'= 1위 업체와 나머지 업체간 격차가 크게 벌어지면서 이를 만회하기 위해 일부 업체에서 무리한 영업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우량사의 할부금융 대출심사에서 탈락한 고객을 중점적으로 확보하는 업체도 있어 이들 업체의 자산부실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마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이런 대출건은 상당한 리스크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며 "그러나 계속해서 신규 대출채권을 발행하지 않으면 연체율이 올라갈 수밖에 없어 지표관리 차원에서 무리수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울러 영업과열 양상으로 할부금융 대출이 성사될 경우 자동차 영업직원에게 관행적으로 지급되는 인센티브도 계속 오름세다. 이전에는 할부금액의 1% 미만 가량을 인센티브로 지급했으나, 일부 업체에선 3%가 넘는 인센티브를 지급하고 있다는 것.

할부사 자금부서 임원은 "높은 인센티브율과 조달금리를 합치면 할부금융사들이 벌어들이는 이익은 크게 줄 수밖에 없다"며 "시장 확보를 위해 무리한 영업전을 펼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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