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금자리 땅보상 주민-정부 '동상이몽'

머니투데이 임지수 기자 2009.08.30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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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보금자리주택 공급 확대 발표뒤 강남 세곡지구 가보니

분당-수서간 고속화도로 수서IC에서 10분 정도를 달려 도착한 서울 강남 세곡지구 비닐하우스촌. 마을 입구에서부터 '주민의견 무시하는 보금자리 주택 결사반대' 등의 현수막들이 잇따라 내걸려있다.

↑세곡지구내 걸린 보금자리주택에 반대하는 현수막↑세곡지구내 걸린 보금자리주택에 반대하는 현수막


정부가 8.27 보금자리주택 공급 확대 계획을 발표한 지 하루 뒤인 지난 28일, 세곡지구에서 만난 주민들은 "정부가 토지보상 협의 없이 덜컥 계획부터 내놨다"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대한주택공사는 이달 중으로 보상을 위한 지장물 조사를 마치고 10월까지 감정평가를 거쳐 연내 보상금액을 확정지을 계획이지만 첫 단계인 지장물 조사부터 순탄치 않다. 주공이 책정한 보상 기준가가 턱없이 낮다며 주민들이 집단적으로 지장물 조사를 막고 있기 때문이다.

홍석배 세곡지구 토지보상대책위원회 총무는 "현재 이곳 시세는 3.3㎡당 400만~450만원 정도"라며 "최소한 시세 정도의 보상비는 줘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부에서는 그린벨트가 풀려 대지가 된다는 전제 아래 3.3㎡당 800만원 수준의 보상비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주민들이 이같은 바람과는 달리 주공 측의 보상 기준은 다르다. 주공은 보상 기준가를 시세의 절반 수준으로 책정한 것으로 알려져 토지주들과의 협상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토지보상에 대한 합의뿐 아니라 비닐하우스에 대한 영업보상과 세입자의 임대주택 입주권 보상 대책까지 남아 있는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

세곡지구 영농대책위원회 사무실에서 만난 한 세입자는 "남들 보금자리 만든다고 평생 이곳에서 꽃 가꾸며 살아온 힘없는 사람들의 보금자리를 빼앗는 꼴"이라며 "정부의 계획이 하나도 반갑지 않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세곡지구내 걸린 보금자리주택에 반대하는 현수막↑세곡지구내 걸린 보금자리주택에 반대하는 현수막
이같은 문제점들 때문에 전문가들은 강남에 반값아파트를 제공하려는 정부의 계획은 보상가가 어느 수준으로 결정되는지에 달렸다고 지적한다. 보상협의가 늦어질 경우 공급을 앞당기려는 정부의 계획 자체가 자질을 빚을 수밖에 없고 또한 이 과정에서 보상가가 높아지면 분양가도 현재 발표한 수준보다 높아질 수 있어서다.

특히 보상비가 예상한 수준을 넘어서더라도 지금 내놓은 분양가와 최종 분양가의 차이를 줄이기 위해선 결국 주택 품질이 낮아질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소장은 "정부가 이번에 발표한 보금자리주택 공급 확대 계획이 현재 예상한대로 진행될 수 있는지는 보상비 협의에 달렸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곡지구내 설치된 보금자리주택지구 관련 안내문↑세곡지구내 설치된 보금자리주택지구 관련 안내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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