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공사소음 피해기준 제시 첫 판결

머니투데이 김성현 기자 2009.08.3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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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신축 공사 과정에서 발생한 소음으로 피해를 입은 주민들이 엄밀한 측정 자료를 제시하지 못하더라도 '수인한도(참을 수 있는 정도)'를 초과했다는 점을 증명할 수 있다면 배상을 받을 수 있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건설공사에서 발생하는 소음 피해 사건에 대한 입증 책임을 완화한 첫 사례로 향후 유사 소송에서 재판부의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4부(재판장 임채웅 부장판사)는 서울 성동구 행당동 주민 169명이 두산건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1인당 22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30일 밝혔다.

앞서 이들은 2007년 10월부터 두산건설이 자신들의 주거지 인근에 아파트를 짓는 과정에서 발생한 소음으로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1인당 100만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심리를 진행하면서 "손해 입증을 위해서는 실제 소음치를 소음 발생 전체 기간에 걸쳐 엄밀한 방법으로 측정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일반 당사자들이 이를 증명하는 것은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신 재판부는 아파트 공사장에서 사용되는 건설기계에서 발생하는 소음치를 기준으로 원고들에게 도달하는 소음치를 추정하고, 수인한도를 소음진동규제법에 따라 65dB로 정했다.

재판부는 이 같은 기준을 토대로 "공사현장에서 발파를 위한 천공 작업이 진행되는 동안 95dB 이상의 크고 충격적인 소음이 빈번하게 발생했고 약 150m 이내 거리에 위치한 원고들 아파트에서 적어도 약 68dB 이상의 소음이 측정된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를 근거로 "해당 공사로 인해 원고들이 입은 생활이익의 침해 결과가 수인한도를 넘었다고 판단된다"며 "피고는 공사 시공자로서 원고들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다만 천공작업 이전에 해외로 이주한 지모씨의 경우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보고 손해배상 대상에서 제외했다.



재판부는 배상액에 대해서는 "건설공사 자체가 위법한 것은 아니라는 점, 원고들도 어느 정도는 소음을 수인해야 하는 점, 공군 비행장 사건 등 유사 사건과의 균형 등을 고려할 때 6개월간 1인당 월 4만원을 손해액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에 대해 "소음 피해 소송은 입증이 어려워 청구가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번 판결은 소음 피해 사건에 대한 입증 책임을 완화하고 통일적인 기준을 제시한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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