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안 쓰는 만큼 대출 쓰세요"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권화순 기자 2009.08.31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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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티은행, 휴면카드 공격마케팅 눈길

씨티은행이 최근 휴면카드 회원 등을 대상으로 공격적인 대출 마케팅을 펼치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대출 금리를 현금서비스 이하로 낮추고 취급수수료도 받지 않을 테니 안 쓰는 카드한도 만큼 대출을 쓰라는 형태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씨티은행은 이달 들어 200억원 한도로 카드론 프로모션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프로모션 대상은 신용카드를 발급받았으나, 6개월 이상 사용하지 않는 휴면고객이나 사용액이 적은 고객이다. 씨티은행 카드사업부는 텔레마케팅을 통해 휴면고객들이 카드한도 만큼 대출을 받을 것을 권유하고 있다.

예컨대 600만 원의 신판과 200만 원의 현금서비스를 합해 총 800만 원의 한도가 있으면 카드론 방식으로 총 한도까지 대출해준다. 대신 대출받은 만큼 신용카드 사용한도는 줄어든다. 대출은 최고 36개월까지 원리금 분할 상환할 수 있다.



씨티카드 고객은 "은행에서 전화가 왔는데, 카드한도 만큼 돈을 빌려 줄 테니, 낮은 금리로 편하게 대출을 쓰라고 했다"며 "그 대신 신용카드는 쓰지 못한다는 등 대출사기인가 싶어서 전화를 그냥 끊었다"고 말했다.

씨티은행은 지난 연말에도 비슷한 마케팅을 진행했으나, 이번에는 조건을 크게 완화하는 등 마케팅을 부쩍 강화했다. 신용등급별 대출조건을 우대하면서 지난번 마케팅 때 보다 대출금리가 7~8%포인트 가량 낮아진 고객이 많다. 고객들에게 제시되는 대출금리는 연 9~12%로 전해졌다.

씨티은행은 별도의 대출약정을 받지 않고, 전화신청으로 신청의사를 표시한 고객들에게 즉시 자금을 보내주고 있다. 아울러 현금서비스나 대출시 붙는 취급수수료도 면제하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카드 현금서비스보다 유리하다는 평가다.


카드업계는 "카드론 마케팅인지, 현금서비스 마케팅인지 헷갈린다"는 반응이다. 카드를 쓰지 않는 고객에게 총한도까지 대출을 해주는 건 사실상 현금서비스와 다름없다는 것이다.

카드론은 전업계 카드사들이 은행과 경쟁하기 위해 만든 상품으로, 단기 신용대출 성격이 짙다. 금융위기 때는 카드 돌려막기에 카드론 서비스가 동원되기도 했었다.



카드사 관계자는 "최근 현금서비스와 카드론 마케팅이 조금씩 활성화되고 있으나, 꾸준한 거래가 있는 자사 고객으로 한정 한다"며 "씨티은행처럼 카드론을 휴면고객에게 총 한도까지 대출해주는 경우는 드물다"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금융당국이 신용카드 미사용 한도에 대해서도 대손충당금을 쌓도록 한 조치와도 연관이 있는 듯 하다"며 "씨티은행은 최근 신세계백화점 제휴카드를 출시하면서 공격적으로 고객을 유치했다"고 말했다.

과도하게 카드론을 받으면 타 카드사의 모니터링 대상이 되고 신용도가 떨어질 수 있어서 주의해야 한다. 카드론 보다는 은행대출이 보다 유리하다는 평가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통상적인 카드론 마케팅으로, 다른 카드사들도 비슷한 행사를 하고 있는 걸로 안다"며 "대출기간이 1년 이상이어서 현금서비스와는 성격이 다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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