好실적 불구 허리띠 졸라매는 유화업계

머니투데이 최석환 기자 2009.08.28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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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중국 등 생산설비 신증설 따른 공급과잉 우려

올 상반기 중국발 경기부양 효과로 석유화학 부문에서 호실적을 기록한 유화업계가 최고경영자(CEO)를 중심으로 다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시장에선 글로벌 경기회복 쪽으로 무게가 옮겨가고 있는 분위기지만 유화업계의 경우 중동이나 중국 등 경쟁업체들의 생산설비 신·증설로 인한 공급 과잉과 석유제품 수요 감소 등과 같은 불확실성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LG경제연구원은 이달 초 '중동 석유화학 투자 확대, 전방위 공세 예고하나'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기존 정유 설비와 통합된 초대형 정유·석유화학 단지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며 중동 쪽 동향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지경부도 하반기 석유제품 수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3.5% 감소한 106억6600만 달러에 머물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해양석유총공사(CNOOC)와 인도의 릴라이언스사가 6월 말에 석유제품 설비 증설을 완료한데다 베트남의 페트로베트남이 오는 4분기부터 신규 설비에서 생산을 개시하면서 공급이 늘어날 것으로 봤다.



好실적 불구 허리띠 졸라매는 유화업계


유화업계 CEO들도 한 목소리로 이 부분을 우려하고 있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허동수 GS (44,800원 ▲400 +0.90%)칼텍스 회장은 "상반기엔 중국의 경기부양책에 따른 석유화학 시장의 호황과 환차익 등으로 당기순익이 목표에 근접했지만 하반기엔 제품 정제마진이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직은 마진을 유지하는 석유화학 시장도 중국, 중동, 인도 등의 설비 신증설로 인해 언제 하강국면으로 돌아설지 모르는 불확실한 상황이 예견된다"고 말했다.

유석렬 삼성토탈 사장은 "중동과 중국의 신증설 물량의 본격 출하에 따라 공급우위 시장이 될 것"이라며 "기업들의 수익이 줄어드는 것이 일반화되면서 결론적으로 경기둔화가 예상된다"고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홍기준 한화석유화학 (23,250원 ▼600 -2.52%) 사장도 "석유화학업계는 하반기부터 중동산 신증설 물량이 시장에 나오면서 공급이 초과되는 어려운 상황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유화업계는 전사적인 비용절감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모습이다.



SK에너지 (111,000원 ▼1,700 -1.51%)는 "본원적인 경쟁력 확보를 위한 획기적 비용절감"을 내세운 구자영 사장의 주문에 따라 '위-파이(WI-PI, 우리의 파이를 키우자)' 활동을 실시하고 있다.

'위-파이'는 생산기술실 엔지니어들의 차별화된 기술력을 기반으로 추진하고 있는 에너지절감 활동의 일환이다. 현재 4개영역(비용절감, 제품수율 증대, 공정능력 증대, 유연성 확보)에서 △회전기계의 효율개선을 통한 동력비 절감 △히터 운전 효율 극대화를 통한 연료 절감 △P2P(Plant to Plant, 공장과 공장간 잉여부산물 거래) 확대를 통한 저가원료 도입 확대 등 15개 구체적인 실천과제가 시행 중이며 500억원의 절감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올해 들어 깜짝 실적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LG화학 (316,500원 ▼3,000 -0.94%)도 원가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에너지의 이용 효율 증대를 바탕으로 한 원가절감 극대화를 최우선 경영과제로 삼았다. 세부적으로는 △1사업장 1에너지 절감 캠페인 전개 △생산공정 혁신 및 신제조 공법 도입 △에너지 전문가 육성을 위한 기술교육 투자 강화 등의 전사가 참여하는 '스피드 프로(Speed PRO)'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삼성토탈은 2010년까지 충남 대산공장에서 사용하고 있는 원료의 다변화 비율을 현재의 17%에서 38%까지 대폭 확대해 원가경쟁력을 확보키로 했다.

이를 위해 주요원료인 나프타를 대체할 수 있는 액화석유가스(LPG)와 콘덴세이트(가스가 압축·혼합된 액화상태의 물질) 등의 활용을 위해 연간 4만톤 규모의 LPG탱크를 건설하고, 콘덴세이트 사용시 증가하는 부산물을 고부가화 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GS칼텍스는 허 회장이 직접 나서 임직원들을 독려하고 있다. 허 회장은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선 비용 경쟁력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며 "명확하게 목표를 세워 불요불급한 비용은 아예 없애거나 획기적으로 줄이는 동시에 선순환 기회가 창출되는 곳엔 확실하게 밀어주는 선택과 집중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자신이 직접 만들어낸 것이라도 필요하다면 처음으로 돌아가 제로 베이스(Zero Base)에서 다시 시작해 보다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낼 수 있어야 한다"며 "비용 경쟁력 확보를 위해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파악해 철저하고 악착같이 실행에 옮겨 나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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