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은 전국에서 중증 환자들이 몰려드는 곳이다. 입원은 커녕 외래에서 진료만 받는데도 한달 이상 기다려야할 정도다. 당연히 병상은 365일 90% 이상 가동된다.
보건복지가족부 중앙인플루엔자대책본부는 지난 21일 신종플루에 감염돼 폐렴 등 합병증이 발생했을 경우 치료받을 수 있는 '치료병원' 455곳의 명단을 공개했다. 본부는 신종플루가 의심되는 사람의 경우 일반의료기관에서 처방전을 받으면 약국에서 항바이러스제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치료병원'은 급성호흡기증후군이나 고열 등이 지속돼 항바이러스제 이상의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을 별도의 격리공간을 갖추고 치료할 수 있는 병원을 말한다.
모 대학병원 관계자는 "당장 신종플루로 인한 중증환자 치료가 가능한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 곳은 없다고 봐도 될 정도"라며 "전염력 높은 환자를 병동에 들이려면 전담 의료진과 간호사팀은 물론 병원을 방문하면서부터 철저하게 다른환자들과 격리시킬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한데 시설은 둘째치고 인력만 최소 10명은 필요한 것이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55개 병원이 신종플루 환자를 치료하겠다고 나선 이유는 아직 입원이 필요한 중증환자가 드물기 때문이다. 치료병원 대부분이 응급실 입구에 컨테이너박스나 천막 등으로 임시진료소를 차려놓고 신종플루 감염 여부를 검사한 뒤 타미플루를 직접 주거나 처방해주는 정도의 역할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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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보건소가 하던 일을 병원이 맡게된 것과 다를바 없다.
치료병원 역할을 거부할 경우 "진료를 거부했다"는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는 이유로 작용했다.
모 대학병원 관계자는 "말이 치료병원이지 원내 중증환자들과 섞이게 될까봐 신종플루 의심환자들은 병원 안에 발도 들이지 못하게 한다"며 "병동 내에 별도의 진료공간을 확보하고 전담팀을 마련하려는 조치들을 검토하고 있지만 한계가 많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나서서 민간의료기관에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는 인프라를 마련해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아직 중증환자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은 아닌 만큼 국립이나 시립병원들을 우선적으로 지원해 확실하게 치료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든 후 민간의료기관을 지원하는 등 혹시나 있을 수 있는 2차 감염우려를 최소화하며 순차적으로 늘려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대한병원협회는 25일 보건복지가족부에 "전염성이 강한 신종플루의 입원진료는 공공의료기관 중심으로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필요하다면 공공의료기관에 다른 질환으로 입원 중인 환자들을 일반의료기관에 이송시켜서라도 공공 영역에서 확실한 신종플루 환자 치료 인프라를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건의하기도 했다.
이와관련 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는 오늘 오후 12시 치료병원 관계자 400여명과 '신종플루 대비 병원계 간담회'라는 주제로 대유행 시 효율적인 환자관리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25일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에 설치된 신종플루 의심환자 임시대기소 앞에서 마스크를 쓴 환자가 의사에게 문의하고 있다. 서울성모병원은 "백혈병 등 면역기능이 저하된 환자가 다른 병원에 비해 최고 40% 가량 많아 2차 감염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정부가 정한 신종플루 '치료병원'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 곳에서 기본적인 진단이나 타미플루 등 항바이러스제 처방은 이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