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거목이 남긴 알차고 풍성한 열매는 든든한 뿌리를 내려 '새로운 도전과 응전'에 나설 알찬 자산이 될 것이란 기대를 낳고 있다. 그의 서거로 이명박 정권 출범 후 처음으로 남북간 공식 회담이 열렸고, 정치권은 물론 국민 여론 속에서 화해와 협력, 평화라는 그의 유산이 오히려 새롭게 다가오고 있다. 고인은 새로운 '희망'을 뿌리고 떠났다.
정부 수립 이후 2번째, 전임 대통령으로는 첫 국장으로 치러진 이번 영결식은 이날 오후 2시 발인을 마친 영구차량이 식장에 들어서면서 시작됐다. 영결식 사회는 남녀평등을 강조했던 김 전 대통령의 뜻을 반영해 남녀 1명씩, 조순용 전 청와대 비서관과 연극인 손숙 전 환경부 장관이 맡았다.
평민당 부총재를 지낸 박영숙 미래포럼 이사장은 추도사에서 "'행동하는 양심이 되라'는 마지막 말씀을 새기겠다"며 "우리들이 깨어 있으면 당신이 곁에 계실 것을 믿는다"고 애도했다.
이어 천주교·불교·기독교·원불교 의식이 차례로 진행되고 김 전 대통령의 대통령 취임식 선서를 비롯해 고인의 생전 모습을 담은 영상도 5분여간 상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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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화와 분향에는 김 전 대통령의 미망인 이희호 여사에 이어 유가족과 이명박 대통령 내외, 전두환·김영삼 전 대통령,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미망인 권양숙 여사 등이 참여했다.
이날 영결식장에는 고은 시인의 추모헌시 '당신은 우리입니다'에 가수 신형원씨가 곡을 붙여 완성된 추모곡이 흘러나오며 슬픔을 더했다.
이희호 여사는 영결식 후 운구행렬이 서울광장에 잠시 머물 때 "화해와 용서의 정신, 평화를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행동하는 양심, 그것이 남편의 유지"라고 말했다.
국회를 떠난 운구 행렬은 김 전 대통령의 동교동 사저와 연세대 김대중도서관을 찾은 뒤 정부 분향소가 마련된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 서울역 광장 등을 지나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에 도착했다. 김 전 대통령의 유해는 유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종교 의식과 분향, 하관 등을 거쳐 영원한 안식을 맞이했다.
'큰 별'을 잃은 슬픔을 추모하는 조문행렬은 영결식이 끝난 뒤에도 끊이지 않았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기준으로 전국 184곳에 마련된 분향소에서 69만7000명이 조문했다.
한편 조문차 서울을 방문한 북한 조문단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이 대통령을 면담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구두 메시지를 전달, 남북관계의 변화에 대한 기대감을 낳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