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조문단의 분주했던 '2박3일'

머니투데이 전혜영 기자 2009.08.23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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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조문ㆍMB 예방…귀환 하루 연기하며 분주한 일정 소화

김기남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가 이끄는 북측 조문단이 2박 3일 일정을 마치고 23일 평양으로 돌아갔다.

통일부는 이날 "김기남 비서, 김양건 통일전선부장 등 북측 조문단이 오전에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예방한 후 낮12시 비행기로 김포공항에서 떠났다"고 밝혔다.

북측 조문단은 체류기간을 하루 연장하면서 적극적으로 우리측 인사들과 접촉한 끝에 현 정권 들어 처음으로 청와대를 예방,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성과를 거뒀다.



◇체류 첫날, 김 전 대통령 조문=김기남 비서, 김양건 부장 등 북측 조문단 6명은 21일 오후 3시쯤 김포공항에 도착했다.

이들은 홍양호 통일부 차관과 정세현 김대중 평화센터 부이사장의 영접을 받은 뒤 곧바로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마련된 빈소로 이동, 김 전 대통령을 조문했다.



북한조문단 김기남 노동당 비서(앞)와 김양건 통일전선부장를 단장이 21일 오후 서울 국회의사당에 마련된 김대중 前 대통령의 빈소를 찾아 조의를 표하고 있다.<br>
북한조문단 김기남 노동당 비서(앞)와 김양건 통일전선부장를 단장이 21일 오후 서울 국회의사당에 마련된 김대중 前 대통령의 빈소를 찾아 조의를 표하고 있다.


빈소에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조화를 헌화하고, 조문 후 미망인인 이희호 여사를 만나 김 위원장의 조의를 전달했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 한명숙 전 국무총리, 임채정 전 국회의장, 정동영 의원 등과도 인사를 나눴다.

이어 조문단은 4시15분쯤 김형오 국회의장을 만나기 위해 국회의장실로 이동, 김 의장과 15분 정도 접견했다.


이후 별도의 일정 없이 숙소인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로 돌아갔고, 이날 밤 늦게 현인택 장관과 북측 조문단의 면담이 결정됐다.

◇체류 둘째날, 현인택 장관 면담=당초 북측 조문단은 22일 오전 남측인사들과의 간담회에 참석하고, 현인택 통일부 장관을 면담한 후 오후 2시쯤 특별기를 타고 평양으로 돌아갈 예정이었다.



하지만 김양건 부장이 현 장관과의 면담 중 이 대통령을 예방하고 싶다는 뜻을 전하면서 일정에 변화가 생겼다.

이날 가장 분주했던 인물은 김양건 부장과 김기남 비서다. 이들은 김 부장이 현 장관과 면담에 참석하기 전 남측 인사들과 조찬 간담회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김 부장은 "(남북이) 직접 교역을 하면 상호이익이 되지 않겠는가"라며 "당국 대화도 하고 경제, 사회. 문화교류와 의원교류도 하자"고 제안했다.



김 비서도 "나는 모든 사람을 만날 것이며 허심탄회하게 대화하겠다"는 말로 열린 자세를 강조했다.

조찬 간담회 이후 김 비서는 오전 9시15분부터 약 30분 동안 비공개로 정 대표를 만나 남북관계 개선 방안 등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김 부장은 오전 10시 20분부터 약 1시간 20여분간 현 장관을 남북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이 자리에서 김 부장은 이 대통령을 예방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으며, 귀환 일정을 미룬 채 숙소에서 청와대의 결정을 기다렸다.



북측 김양건 통일전선 부장(좌)과 현인택 통일부 장관(우).북측 김양건 통일전선 부장(좌)과 현인택 통일부 장관(우).
결국 청와대가 당일 면담이 곤란하다는 입장을 내놓았고, 이들은 현 장관과 다시 만나 만찬을 함께했다.

만찬 중에 현 장관은 23일 오전 다른 외교사절들이 청와대를 예방할 때 북측도 예방할 것을 제안했으며, 조문단이 이를 받아들임에 따라 이 대통령과 면담이 성사됐다.



◇체류 셋째날, 李대통령 예방=북측 조문단은 당초 23일 오전 10시쯤 청와대를 방문해 이 대통령과 15분가량 면담을 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대화가 길어질 것을 고려해 면담 시간이 앞당겨지면서 오전 9시쯤 청와대를 예방했다.

이 대통령은 30분간의 면담을 통해 우리 정부의 일관되고 확고한 대북 원칙을 설명하고 이 같은 입장을 김 위원장에게 전달해 달라고 당부했다.



북측 김기남 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좌)와 이명박 대통령(우).북측 김기남 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좌)와 이명박 대통령(우).
이 대통령은 또 북한의 김 전 대통령 조문에 감사를 표시하고, "남과 북이 어떤 문제든 진정성을 갖고 대화로 풀어나가면 해결하지 못할 일이 없다"고 말했다.

북한 조문단은 이 대통령에게 남북 협력 진전을 바라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구두메시지를 전달했다. 이어 "면담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 남북이 협력해서 모든 문제를 해결해 나가기 바란다"고 답했다.



구두 메시지의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조문단은 청와대 예방후 호텔로 복귀했다가 김포공항으로 이동, 정오쯤 고려항공 특별기편으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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