빡빡한 경호에 조문객 '눈살'

머니투데이 백진엽 기자 2009.08.23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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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전 대통령 영결식, '닫힌 국장'은 고인 뜻 훼손"

평화, 화합, 그리고 의회주의를 강조했던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영결식과 관련해 청와대 경호실 등 정부가 과도하게 출입을 통제하면서 빈축을 사고 있다.

국회에서는 23일 오후 2시부터 김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거행된다. 이날 영결식은 정부와 유가족 등이 초청한 인사 이외에는 출입이 제한된다.



당초 유가족 측은 '열린 국장'을 원했다. 신분증만 지참하면 누구나 영결식장에 참석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정부는 각국 주요 인사 등 VIP들이 참가하고, 경건하고 엄숙한 국장을 위해 초청대상자만 참석가능한 '닫힌 국장'으로 진행키로 했고, 결국 정부의 뜻대로 행사가 진행된다.

그나마 미리 준비한 자리가 남을 경우 남는 자리만큼의 일반인은 참석이 가능할 전망이다. 최경환 김 전 대통령 비서관은 "초청장 없이 국회를 찾아오는 사람들은 장례위원과 초청 인사들이 입장한 뒤 좌석이 남을 경우 국장 시작 약 1시간전부터 안내요원 유도에 따라 100~200명 단위로 신분증 확인하고 입장시키기로 했다"며 "그래도 (자리가 없어서) 입장을 못하는 사람들은 국회 밖에서 대형 전광판으로 볼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부천에 사는 한 시민(29)은 이번 국장에 대해 "항상 민주주의를 위해 살던 고인의 마지막 길"이라며 "그런데 보안상의 이유로 출입을 제한하는 것은 고인의 뜻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또 이날 오전 국회에서는 청와대 경호실 요원들과 취재기자들 사이의 마찰도 빚어졌다. 경호실 측이 지나치게 과도한 통제에 나섰기 때문. 한 언론사 사회부 기자는 "정부기관 출입증이 없는 기자는 정문에서부터 출입을 못하게 하면서, 정작 이날 취재를 위한 비표는 국회 안에서 배포하면 어떻게 들어가라는 것이냐"라며 국회 정문의 경호원과 말싸움을 벌였다.

또 기사 작성을 위해 국회 기자실인 '정론관'으로 가려면 영결식장 취재를 위해 받은 '비표'를 다시 반납하고, 영결식장 취재를 하려면 다시 발급받아야 하는 등 지나친 '형식주의'도 취재 기자들의 반감을 샀다. 게다가 비표 반납도 눈에 띄는 기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등 미숙한 운영까지 드러냈다 .


한 언론사 기자는 "그동안 대통령이 참석하는 많은 국가 행사를 다녀봤지만 이 정도로 심하게 통제한 적은 없었다"며 "그렇다고 제대로 통제되는 것 같지도 않고 불편만 초래하는 비효율적인 통제가 이뤄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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