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심하는 MB.."北 조문단 만날까 말까"

머니투데이 송기용 기자 2009.08.22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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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면담 불발..23일 영결식 후 접견 가능성

이명박 대통령과 북한 조문단의 22일 면담이 불발됐다. 북한 측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메시지를 가져왔다'며 이 대통령 예방을 희망했지만 청와대가 고심 끝에 면담을 유보키로 했다.

그러나 당초 이날 북한으로 돌아갈 예정이던 조문단이 현인택 통일부 장관 주최 만찬 참석을 이유로 체류를 연장하기로 해 이 대통령 면담 가능성은 여전히 살아 있다는 분석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22일 "이 대통령과 북한 조문단의 오늘 면담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김양건 조선노동당 통일전선부장 등 조문단 일행을 1시간여 동안 접촉한 현 장관으로부터 관련 내용을 보고받고 면담 여부를 논의했다.

◇北 남남갈등 전략 우려하는 청와대=김성환 수석 등 외교안보라인 참모들이 참석한 회의에서는 격론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이 북한 조문단을 흔쾌히 만나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거절하기도 힘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청와대가 우려하는 것은 남남(南南) 갈등을 노리는 북한의 노회한 전략에 휘말릴 가능성이다. 북한은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방북과 미국 기자 석방 이후 전통적인 '통미봉남(通美封南)'과 함께 우리 정부를 고립시키는 통민봉남(通民封南) 전술을 펼치고 있다는 게 청와대의 시각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의 면담에서 금강산 관광 재개 등 이른바 '통 큰 선물'을 선사한 것도 그렇고 김대중 전 대통령 조문을 명목으로 최고위급 조문단을 파견하면서 정부를 의도적으로 배제한 채 민간단체인 '김대중 평화센터'를 창구로 활용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맥락으로 보고 있다.

청와대가 북한 조문단을 북한의 공식 대표가 아니라 '사설 조문단'이라는 표현으로 폄하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 장관이 이날 오전 북한 조문단이 묵고 있는 숙소를 공개 방문하는 등 비밀 접촉을 피하는 것도 북한의 노림수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북한 조문단과의 이 대통령의 만남이 김 전 대통령 장례를 국장으로 치루는 데 반발하고 있는 보수파들을 더욱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청와대의 행동반경을 제약하고 있다.

◇北 대화제의 외면하기 어려워= 하지만 이 대통령이 북한 조문단 면담을 쉽게 무시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속셈이야 어떻든 핵실험 강행 등 극렬한 대남도발 위협을 가해온 북한이 적극적인 유화 제스처를 보내고 있는데 이를 외면할 경우 한반도 긴장 고조의 주체로 몰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언제 어떤 형식으로든 북한 당국과 대화할 용의가 있다’며 평소 북측에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제의해온 이 대통령의 진정성이 훼손될 수 있다. 이 대통령은 불과 일주일 전인 지난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한반도 신(新) 평화구상'을 발표하며 대화를 제안하기도 했다.

게다가 이 대통령은 23일 국장으로 치뤄지는 김 전 대통령 영결식이 끝난 후 미국, 일본, 중국 등 각국의 조문사절을 만나 사의를 표할 예정인데 북한 측만 배제하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이 대통령이 영결식 후 북한 조문단을 면담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조문단이 체류 기간을 하루 더 연장해 영결식에 참석하고, 이들 일행을 이 대통령이 청와대로 불러 접견하는 형식을 취할 것이라는 것.



북한 조문단이 이날 저녁 예정에 없던 현 장관 주최 만찬에 참석하기로 한 것도 이를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다. 현 장관이 김기남 노동당 비서 등과 만찬을 함께 하며 청와대 예방문제를 협의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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