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톡옵션 대박'(?)··두산 임원들의 갈등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2009.08.24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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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산중공업 임원 9명 스톡옵션 2만여주 어치 행사
- 당장 처분할 경우 87% 차익..그러나 팔기에 눈치보이는 상황


"팔기도 뭣하고, 안 팔기도 뭣하고" 최근 주식매수청구권(스톡옵션)을 행사해 회사 주식을 쥐게 된 두산그룹 임원들의 심정이 이렇다.



당장 주식을 처분하면 상당한 차익을 올릴 수 있지만, 그러자니 회사 임원으로서 눈치가 보인다. 그렇다고 앞으로 주가가 더 오른다는 보장이 있는 것도 아니다.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두산중공업의 김태우·최영천 부사장 등 임원 9명은 지난 11일 스톡옵션 행사를 통해 회사 주식 총 2만2100주를 확보했다. 김 부사장은 6400주로 가장 많았고, 최 부사장이 4800주로 뒤를 이었다.



두산중공업이 지난 5월15일 금감원에 제출한 3월말 기준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이번에 행사된 스톡옵션들은 지난 2006년 2월 임원들에게 행사가격 3만3200원에 나눠준 것들이다. 당시 두산중공업은 김태우·최영천 부사장 등 임원 81명에게 스톡옵션 총 16만주 어치를 부여했다. 현재 두산중공업의 주가가 6만2100원(21일 종가)임을 비춰 주식을 당장 처분할 경우 약 87%의 차익을 거둘 수 있다.

앞서 두산중공업의 양성식 상무와 황대경 상무는 지난 5일과 11일(실제 거래일 기준) 회사 주식 각각 1200주, 720주를 장내에서 매도하며 차익을 실현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회사의 주가가 가뜩이나 부진한 상황에서 주식을 내다팔기가 임원들 입장에서 부담스러울 수 있다. 두산중공업 주가는 지난 17일 7만원선을 내주고 6만원대로 내려선 뒤 줄곧 내림세를 보이며 6만2100원으로 떨어졌다. 특히 21일에는 기관투자자들이 대거 매도에 나서면서 주가가 하룻새 5%나 하락했다.


현재 두산중공업 주가는 산업은행이 보유한 주식 753만주(지분율 7.2%)의 물량부담(오버행)에 시달리고 있다. 산은은 올 1월까지 두산중공업 주식 1213만주(지분율 11.6%)를 보유하고 있었으나 지난 2∼3월 이 가운데 460만주(4.4%)를 장내매도와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로 처분한 뒤 753만주를 남겨두고 있다. 이 물량에 대해서도 지난 6월13일 보호예수 기간이 만료됐다.

산은이 두산중공업 지분을 블록딜을 통해 매각할 경우 그 자체는 시간외 거래이기 때문에 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그러나 산은의 두산중공업 주식을 할인해서 받은 투자자들이 기존 두산중공업 주식 또는 새로 받은 주식을 장내에서 내다팔 수 있다는 점이 주가에 부담이다.



자회사 두산엔진의 자본잠식 해소를 위해 최대주주인 두산중공업의 증자가 불가피하다는 점도 두산중공업 주가에 부담이다.

두산그룹 임원들 입장에서는 실제로 아직 주식을 팔지 않았음에도 스톡옵션 행사 자체만으로 주목받는 것도 곤혹스럽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일부 매체에서 두산중공업 임원들이 최근 스톡옵션으로 대박을 터트린 것처럼 보도하는데, 사실은 스톡옵션을 행사해 주식을 받았을 뿐 아직 주식을 팔아 차익을 거둔 것은 아니다"며 "앞으로 주가가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는 만큼 실제 차익 규모는 두고봐야 한다"고 말했다.


두산에너빌리티 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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