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곡 작곡가가 말하는 "DJ 그 분은…"

심재현 기자 2009.08.21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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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개똥벌레' 신형원씨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생전 '개똥벌레'를 좋아했다. "저 산맥은 말도 없이 오천년을 살았네"로 시작하는 노래 '터'도 즐겨 불렀다. 노래가 나오면 따라 부르면서 박수를 치곤 했다. 오랜 야당 시절 민주화 인사들과 함께 즐겼던 노래다.

"소외된 사람에 대한 노랫말에 공감하셨던 것 같다"고 측근들은 말했다. 성공신화에 매몰된, 가난에 지친 사람들을 비춘 노랫말이 약자와 민주주의에 헌신한 자신의 마음에 와 닿았을 거란 얘기다. 1987년 잇따라 발표되면서 민주화 운동 분위기를 타고 '히트'했다는 점도 작용했을 게다.



↑ 신형원 경희대 포스트모던 음악과 교수와 고 김대중 전 대통령(오른쪽)↑ 신형원 경희대 포스트모던 음악과 교수와 고 김대중 전 대통령(오른쪽)


'개똥벌레' '터'를 부른 신형원 경희대 포스트모던 음악과 교수는 "김 전 대통령은 어린아이의 순수함을 간직하고 계신 분"이라고 기억했다. "대화를 나누다 보면 순수하게 나라와 민족을 생각하는 마음이 물씬 풍겨왔던 정치가"라고 신 교수는 말했다.

김 전 대통령과 신 교수의 인연은 90년대 초 '꼬마 민주당'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 전 대통령이 92년 3·24 총선을 앞두고 '꼬마 민주당'과의 통합에 성공할 무렵 전국 순회 유세에 신 교수를 직접 초청했다. 국민에게 보다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문화공연을 함께 진행하자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프로그램이었다.



군사정권의 잔재가 남아있던 시절, 야당 정치인의 요청을 흔쾌히 받아들인 신 교수를 김 전 대통령은 두고두고 고마워했다고 한다. 신 교수는 "이심전심이랄까 서로가 무엇으로 다가오는지 알 수 있었던 것 같다"며 "김 전 대통령은 기회가 될 때마다 '내가 야당 시절에 함께했던 사람'이라고 소개해 주시곤 했다"고 말했다.

이때의 인연이 이어져 김 전 대통령은 1997년 대통령에 당선될 때까지 신 교수와 자주 만나 식사를 함께했다. 김 전 대통령이 퇴임한 뒤 신 교수는 6·15 공동선언 기념공연 음악감독을 맡으며 인연을 이어갔다.

김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들었을 때 신 교수는 실감나지 않았다고 했다. 지난 19일 연세대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 마련된 김 전 대통령의 임시빈소에 가서야 "따뜻하고 인간미 넘치는 그 분을 영영 못 보게 됐구나라는 게 느껴졌다"고 신 교수는 말했다. "아버지를 잃은 느낌"이라는 말 뒤엔 한숨이 묻어났다.


김 전 대통령의 유족측은 20일 신 교수에게 고은 시인이 쓴 추모헌시 '당신은 우리입니다'를 추모곡으로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 21일 현재 작곡까진 작업이 끝난 상태다.

신 교수는 "저도, 국민들도 슬퍼하잖아요. 그 슬픔이 곡에도 그대로 묻어나오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밤새 녹음 작업을 마치면 오는 22일 오전쯤 추모곡을 들을 수 있다.


(김 전 대통령의 국장 영결식을 하루 앞둔 22일 오후 추모곡이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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