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사랑이 전부인 것처럼 '올인'하는 모습을 보이다가도 한 순간에 금방이라도 떠나버릴 것처럼 애태우고 차갑게 돌변할 줄 알아야 상대방을 오래도록 손아귀에 붙잡아 둘 수 있다는 일종의 연애전술인 셈이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통한다. 안 볼 때는 '이 사람이 나랑 사귈 마음이 있긴 한 거야'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무심하게 굴다가 막상 만나면 간이고, 쓸개고 다 빼줄 듯이 헌신하는 모습을 보이면 상대방은 수를 알 든 모르든 페이스에 말려들고 만다.
지난 10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방북을 계기로 보따리를 풀더니 끊임없이 선심을 쓰고 있다. 육로통행 제한을 해제하면서 '12·1조치'를 슬쩍 해제하질 않나, 김 전 대통령의 장례식에 고위급 조문단을 파견하질 않나, 내친김에 억류된 지 20일이 넘은 연안호도 풀어줄 태세다.
북한이 노골적으로 잘해보자고 덤벼드는 상황도 아니니 입장은 더욱 난감하다. 북한은 민간사업자인 현대그룹과 교류 합의안을 발표하고, 김 전 대통령 측근을 통해 조문단 파견을 통보하는 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일부 언론에서 북한이 '통미봉남(通美封南)'에 이어 '통민봉관(通民封官)'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지적했는데, 제대로 본 것 같다"고 토로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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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입장 선회를 두고 여러가지 관측이 무성하다. 유화 제스처를 통해 결국 미국과 관계개선을 바라는 것이란 의견도 있고, 경제적으로 어렵다보니 남북 경협을 회복시켜 달러를 확보하려는 속셈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유야 어찌됐든 북한은 당분간 '당기기' 전략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당하는 입장에선 노선 정리가 시급하다. 원칙에서 한걸음 물러서더라도 이대로 북한을 껴안을 것인지, 아니면 관계가 다시 악화되더라도 한 걸음 물러설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연애에도 권력관계는 존재한다. '재발 방지'와 '제도적 장치 강화'를 요구하는 정부의 목소리가 공허한 외침으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