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관리 첫적용 성수지구 벌써 '의혹'제기

머니투데이 송복규 기자 2009.08.21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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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비용역업체 선정놓고 공정성 논란… "심사 투명성 결여, 특혜 의혹"

재개발·재건축을 공공주도로 추진하는 서울시의 '공공관리자제도' 첫 시범사업지인 성수지구의 정비용역업체 선정 결과를 놓고 공정성 논란이 일고 있다. 입찰에 나선 업체들은 이번 심사가 투명하지 않게 이뤄졌다며 특혜 의혹을 제기하고 있어 파장이 예상된다.

21일 성동구청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13일 성수전략정비특별구역 1∼4지구 정비용역업체 입찰 마감 결과 19개사가 총 55건(중복입찰 가능)의 제안서를 제출했다. 이에 성동구청은 지난 18일과 19일 양일간 입찰참가업체들의 제안서 발표회 등을 거친데 이어 20일 점수가 높은 5개사를 각 지구의 협상적격업체로 선정했다.



성수지구 정비업체 선정기준은 △재무능력(업체의 인력·유사실적·신인도 등) 20점 △사업수행계획제안서(인력투입계획 및 추진위원회 구성 등) 60점 △입찰가격 20점 등이다. 성동구청은 이들 3개 항목을 합산해 점수가 높은 순(최저 80점 이상)으로 협상을 추진, 오는 25일 정비용역 계약을 체결할 방침이다.

지구별 유력업체는 △1지구 한국씨엠개발 △2지구 신한피엔씨·큐리하우징 △3지구 남제씨엔디 △4지구 동해기술공사 등이다. 하지만 일부 정비업체들은 이번 심사가 공정하지 않았다며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업체들은 한 기업이 4개 지구에 중복 입찰했음에도 지구별로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린 것은 심사기준이 모호함을 입증하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특히 배점이 높은 '사업수행계획제안서'는 주관적인 평가가 가능해 점수 조작이 쉽다는 것이다. 실제 이번 입찰에 참여한 N사는 1∼2지구에서는 순위안에 들지 못했지만 3∼4지구에서는 1∼2위를 차지했다.

입찰에 참여했던 A사 대표는 "회사 재무상태나 입찰가격은 배점표에 따라 점수가 결정되지만 수십장에 달하는 사업계획수행서는 100% 주관적인 평가인 만큼 점수 조작이 가능하다"며 "동의서 징구 작업을 한번도 해보지 않은 교수나 연구원들이 1개 업체당 5분으로 제한된 발표만 듣고 어떻게 종합평가를 할 수 있는지 놀랍다"고 말했다.

B사 관계자는 "이번에 선정된 정비업체 중에는 과거에 사업 중단과 대표 구속 등으로 물의를 빚었던 곳도 있다"며 "심지어 성동구청 건설기술 자문위원을 지냈던 인물이 운영하는 업체는 높은 입찰가격을 쓰고도 1위로 뽑혔다"고 밝혔다.


이와 대해 성동구 관계자는 "첫 사업이어서 일부 미흡한 부분이 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편파 심사했다는 주장은 억지"라며 "성수지구는 향후 공공관리자사업의 모델인만큼 공정한 평가기준을 마련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입찰 업체들의 당락을 결정한 것은 아무래도 배점이 가장 높은 기술 제안서"라며 "업체별 기업현황, 입찰가 점수 차이는 3∼4점인데 비해 사업계획제안서는 최고 30점 가까이 차이가 벌어졌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찰에서 탈락 업체들은 성동구와 서울시에 각각 항목별 평가점수 공개를 요청하는 등 공동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C사 관계자는 "시범단지 첫 입찰이 특혜 시비에 휘말린 만큼 서울시 공공관리자제도의 취지는 이미 퇴색했다"며 "사업자 선정 권한을 독점한 공공이 비리의 온상이 될 수 있다는 당초 우려가 현실이 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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