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적으로 낫지만 좋지는 않다

더벨 김동희 기자, 김은정 기자 2009.08.28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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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사리포트:STX팬오션]벌크·용선 고비중 '부담'···운항 효율성 확보 '긍정적'

이 기사는 08월21일(08:15)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STX팬오션 (3,540원 ▲10 +0.28%)은 국내 대형 해운사 중 가장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지녔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해 하반기 흑자전환을 기대해 볼 수 있는 유일한 대형 벌크선사이기도 하다.



그러나 STX팬오션의 상황 역시 좋지 않다. 상대적으로 나을 뿐이다. 2분기 연속 영업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국제유가가 상승하면서 고정비용이 증가, 매출액보다 매출원가도 더 커졌다.

벌크선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은 사업구조는 금융위기를 더 잘 견딜 수 있는 배경이 됐다. 그러나 앞으로 시황이 어떻게 급변할 지 모르는 상황이라 양날의 칼이다.



배를 빌려 사용하는 용선 비중이 높은 것도 마찬가지다. 다행히 단기 사용계약 비중이 많아 대처가 용이했지만 운임 하락에 따른 적자전환의 원인을 제공하기도 했다. 호황기 끝물에 공격적으로 선박 투자에 나선 것도 부담이다.

과도한 용선 비중 '발목'···매출액보다 원가가 더 커

STX팬오션은 2009년 7월 말 기준 사선 70척과 용선 274척을 운용하고 있다. 용선 비중이 약 80%를 차지해 경쟁회사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66%, SK해운 64%에 비해 10% 이상 높다.


해운회사의 용선은 업황이 좋은 시기에는 비교적 안정적인 수익을 제공한다. 금융회사가 외부에서 조달한 자금으로 대출에 나서 수수료와 이자수익을 거두듯 선박을 빌려서 시장 점유율 확대와 함께 운송수익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업황이 나빠질 경우에는 비용 증가를 유발할 수 있다. 배는 빌렸는데 운임이 낮아지거나 유가가 올라가면 고정비용을 고스란히 부담해야하는 것이다.



용선비중이 큰 STX팬오션도 갑자기 닥친 업황악화로 피해가 불가피했다. 올 1분기 매출액(연결기준)은 1조945억원이었으나 매출원가는 그보다 많은 1조1013억원을 나타냈다. 2분기에도 매출액이 1조350억원을 기록했지만 매출원가는 1조996억원에 달했다.

운임이 급격히 하락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지만 연료비 등 고정비 부담도 상당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실제로 BDI는 지난해 2분기 9751에서 올 2분기 2714로 3분의 1도 되지 않는다. 그나마 금융위기 후 급전직하 했다가 회복된 수준이다. 엎친데 덮친겪으로 국제유가가 상승하면서 고정비도 커졌다. STX팬오션의 연료 구입비용은 지난 1분기 1억2400만 달러에서 2분기 1억7700만 달러로 5300만 달러가 증가했다. 3개월 동안 연료비용만 680억원 가량이 늘어난 것이다.



업황악화로 영업 적자 '지속'···"BDI 반등 영향, 3분기 흑자 전환 기대"

STX팬오션의 사업구조는 벌크선에 집중돼 있다. 지난해 기준 STX팬오션의 매출은 90% 이상이 벌크선에서 나왔다.

벌크선 사업은 해운 시황 변화에 민감하게 움직인다. 때문에 국내 벌크선 전문 해운사들은 지난해 연말 이후 해운 시황 악화의 직격탄을 맞았다. STX팬오션도 영업이 적자로 돌아섰다. 1분기 영업손실은 404억원이었으며 2분기에는 802억원을 기록했다. 매출도 줄어 1분기에는 지난해의 절반으로 떨어졌다. 올 2분기에는 지난 1분기의 운임지수 하락이 실적에 반영, 1분기보다 5% 가량 더 줄었다.



해운업황의 절정기가 끝나는 시기에 선박투자를 늘린 것도 전망을 불투명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지난해 리먼 사태이후 선박의 장기 시설투자자금이 막히면서 STX팬오션의 직접자금조달이 불가피했다.

이미 STX팬오션은 올 들어 회사채 5500억원을 발행했으며 현금성 자산도 1조원 가량을 유지하며 비상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STX팬오션은 43척, 24억5000만달러(약 3조원·2008년 말 기준)의 선박을 발주했다. 올 상반기 6척을 인도받았으며 하반기에는 8척의 선박을 인도받아야 한다.



다만 STX팬오션은 다른 해운사와 달리 시황변화에 비교적 탄력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대부분의 용선 계약기간이 1년 미만으로 짧고 안정정적 매출처를 확보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STX팬오션이 빌린 선박의 81%(222척)가 1년 미만의 단기 용선계약으로 이뤄져 있다. 이미 운용하고 있는 선박도 지난해 2분기 470척에서 올 2분기 336척으로 줄었다.

우리투자증권 송재학 연구원은 "STX팬오션은 운항 효율성이 높아 해운업 불황을 가장 빨리 극복하는 벌크선사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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