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치른 회장 선거를 지켜본 저축은행 최고경영자(CEO)들은 오랜만에 밝은 표정을 지었습니다. 무엇보다 28년 만에 전임 회장 임기 내 차기 회장이 선출돼 전임자와 후임자가 한 자리에서 아름다운 바통 전달의 장면을 연출한 때문입니다. 그간 회장 선거는 전임 회장이 물러난 뒤 실시됐습니다.
저축은행중앙회 차기 회장이 현직 회장 임기 내 선출된 데는 김 전회장의 노력이 적지 않았다는 후문입니다. 김 전회장은 전임자기 물러난 뒤 선거를 치른 탓에 아쉬움이 컸었다고 합니다.
정작 김 전회장의 속내는 오해를 낳기도 했습니다. 업계에선 "김 회장이 연임을 노리고 임기 내 선거를 치르려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억울할 법도 했지만 김 전회장은 침묵했습니다. 사실이 아닌데 부정하고 나서면 되레 더 엉뚱한 추측을 낳아 지난 선거처럼 잡음이 커질 것을 우려했다는 게 지인들의 전언입니다. 속앓이도 상당했겠지요.
그는 주 신임 회장이 후보자로 물망에 오르자 즉시 "차기 회장선거에 입후보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혔습니다. 김 전회장의 세심한 처신으로 저축은행업계는 오랜만에 선거다운 선거를 치르게 된 것입니다. 트레이드마크인 멜빵을 매고, 넉살좋은 웃음을 짓던 이웃집 아저씨 같은 김 전회장의 모습을 많은 저축은행 가족이 그리워할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