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합니다"…李여사의 '마지막 편지'

심재현 기자 2009.08.20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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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는 말에도 남편은 답이 없었다. 도톰한 입술은 생전 모습 그대로였지만 움직일 줄 몰랐다.

아내는 남편 옆에 앉아 어깨를 떨었다. 뜨거운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다. 47년 한평생의 반려자이자 '동지'와 작별을 고하는 순간, 다시는 볼 수 없는 얼굴이기에 더 그랬다.

20일 오후 1시30분 연세대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서 진행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입관식에서 김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가 남편을 향한 '마지막 편지'를 보냈다.



지난해 출간된 이 여사의 자서전 '동행-고난과 영광의 회전무대' 표지 안쪽에 쓰인 편지는 윤철구 비서관이 대신 낭독했다.

이 여사는 "너무 쓰리고 아픈 고난의 생 을 잘도 참고 견듼 당신을 나는 참으로 사랑하고 존경합니다"라고 적었다. "같이 살면서 나의 잘못됨이 너무 많았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늘 너그럽게 모든 것 용서하며 애껴준 것 참 고맙습니다"라고도 썼다.



편지가 "당신의 아내 이희호 2009년 8월20일"로 끝나자 차남 홍업씨 등 유족들이 모인 안치실은 울음바다가 됐다. 병상에 누웠던 남편을 위해 이 여사가 손수 뜨개질 한 작은 담요와 이 여사의 손수건, 김 전 대통령이 즐겨읽던 성경책이 편지와 함께 김 전 대통령의 옆에 놓였다.

유족들은 슬픔에 잠긴 목소리로 고인의 마지막 길을 위해 성가를 불렀다. 동교동계 인사 등 김 전 대통령의 오랜 측근들도 유리창 너머에서 고인을 추모했다. 박지원 전 비서실장 등 김 전 대통령의 비서진 4명은 대통령에게 마지막 보고를 올렸다.

"사랑합니다"…李여사의 '마지막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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