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체벌의 심각한 부작용

이서경 푸른소아정신과 원장 2009.08.23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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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경의 행복한 아이프로젝트]

중학생인 수현이(가명)는 가족에게 소리를 지르고 물건을 집어던져서 아버지에게 심하게 맞았다. 초등학생 때부터 아버지와의 관계가 좋지 못했는데, 수현이의 과격한 행동 때문에 아버지가 매를 들면 들수록 수현이의 행동이 심해져갔다.

아버지는 수현이가 다른 가족들에게 소리를 지르고 화를 못 참기 때문에 그런 행동을 없앨 목적이었다고 했지만, 체벌의 강도가 점점 갈수록 심해졌고 효과도 없어졌다. 오히려 수현이와 아버지와의 관계만 더욱 걷잡을 수 없이 안 좋게 변해갔다.



아이에게 약간의 체벌이라도 하지 않는 부모는 거의 없을 것이다. 시간도 없는데 아이가 어린이집 안 가겠다고 떼 쓰면서 소리지르는데 아무리 말로 타이르고 달래도 안 될 경우 부모는 극약처방으로 엉덩이를 때리는 등의 체벌을 가하게 된다.

그러나 많은 부모가 어린아이 때 쉽게 사용하는 체벌에서부터 흔치는 않겠지만 수현이의 경우처럼 청소년이 문제 행동을 보여 사용한 체벌로 오히려 효과를 못 보거나 부모자식 관계를 망치는 경우가 있다.



체벌은 그동안 바람직하지 않은 양육방법으로 알려져 왔지만, 우리 주변에서 여전히 쉽게 볼 수 있다. 체벌을 하면 쉽고 빠르게 아이의 문제 행동이 잠잠해진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한 번 체벌을 사용한 부모는 다시 또 체벌을 택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체벌에는 다양한 부작용이 있다는 것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첫째, 체벌은 아이의 문제 행동을 없앨 수는 있다고 하더라도 바람직한 행동을 가르쳐주지는 못한다. 예를 들어, 친구를 때리는 아이에게 “때리지 말고 사이좋게 지내야지”하고 때리는 행동을 체벌하면, 그것만으로는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는 행동이 어떤 것인지를 배우기는 어렵다.


둘째, 체벌을 사용하는 사람이 체벌의 쉽고 빠른 효과 때문에 체벌을 습관화하게 될 가능성이 많아 점점 더 강한 벌을 자주 주게 되어 위의 수현이와 같은 악순환을 일으킬 수 있다.

셋째, 체벌이 심할 경우에는 아이를 위축시키거나 아이가 오히려 체벌 행동을 모방하게 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다른 사람을 때리지 말라고 아이를 때린 경우에 아이는 구체적인 방법을 배우게 되는 것이다.

넷째, 평소에 부모 관계가 좋은 아이는 가벼운 체벌을 통해서 나쁜 행동을 없앨 수도 있지만, 그렇지 못했던 아이는 체벌이 부모의 관심이라고 여기게 되어 안 좋은 행동을 더 하게 되고, 나이가 들면서 부모와의 관계가 악화된다.

체벌은 이러한 부작용이 있기 때문에, 다른 방법을 통해서 아이의 행동을 교정하다가 안 되는 경우 마지막 수단으로만 사용해야 하며 체벌을 가할 때 주의사항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평상시에 아이에게 충분한 사랑과 관심을 주지 못한 경우는 체벌을 사용하면 안 된다. 체벌을 주기에 앞서 바람직한 행동을 하도록 강한 보상과 격려가 충분히 선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체벌을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미리 문제 행동의 조짐이 보일 때 개입하는 것이 필요하다.

피치 못하게 체벌을 하게 된다면 미리 구체적인 때와 장소에 어떤 행동이 바람직하고 어떤 행동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을 분명하게 아이에게 알려주어야 하고,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이 일어난 직후에 주되, “네가 나쁘다. 그래서 네가 벌을 받는다.”고 하기보다는 “네가 한 그 행동이 나쁘다. 그래서 그 행동이 벌을 받는다.”고 하는 게 좋다.

처음에는 약하게 벌을 주다가 효과가 없어서 점점 강하게 주는 경우가 있는데 절대로 벌의 강도를 높이면 안 된다. 벌을 길게 주는 것과 마찬가지로 벌의 강도가 세지면, 회복 효과가 일어나서 체벌에 아이가 익숙해져 버리기 때문에 약한 벌을 아주 잠깐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체벌은 사용하지 않을수록 바람직하다. 만약 아이에게 체벌의 방법을 쓰고 있다면, 습관적으로 체벌하고 있지는 않은지, 아이의 문제보다는 나의 문제로 인해 부적절하게 체벌하는 것은 아닌지 반드시 살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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