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중도' 노선 강화용 세제개편

머니투데이 여한구 기자 2009.08.2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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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서민 세제개편]폐업 자영업자 결손 체납액 탕감

정부가 20일 발표한 '서민·중산층을 위한 세제지원 방안'은 이명박 대통령이 강조하고 있는 '서민중도 노선' 강화와 맥을 같이 한다.

정부는 전체 세제개편안을 한꺼번에 발표하던 전례와는 달리 올해는 서민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방안을 별도로 떼어내서 공개했다. 이전에는 찾아 볼 수 없었던 '따뜻한 시장주의'나 '패자부활전' 같은 용어도 발표 자료에 등장한다.



이명박 정부의 아킬레스건과도 같았던 '강부자 정권' 이미지를 탈피하려는 시도의 일환이다. 특히 그동안 정부 대책의 사각지대에 있었던 영세자영업자에 대한 세제지원을 확대한 게 특징이다. 이번 대책으로 인한 전체 세제지원 효과는 3조60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못받을 체납세금 '탕감'=경제위기의 직격탄을 맞아 폐업한 자영업자가 속출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해 결손 체납세액 탕감이란 카드를 내놓았다.



지난 6월 현재 자영업자수는 580만6000명으로 1년 사이에 28만7000명이나 감소했다. 영세자영업자는 임시·일용직 등 비정규직과 함께 경제위기의 가장 큰 피해자로 꼽힌다.

연간소득 2400만원 이하를 벌다가 폐업한 영세사업자가 내년말까지 취업이나 사업을 새로 시작할 경우 결손처분한 사업소득세와 부가가치세에 대해 500만원까지 납부의무를 면제해주는 게 이번 방안의 골자다.

현재는 결손처분을 받더라도 국세채권 소멸기간인 5년 이내에 재산이 발견되면 압류 등 체납처분이 재개된다. 이 때문에 한번 폐업한 이들이 다른 직장을 잡거나 재기를 하는데 걸림돌로 작용해왔다.


정부로서는 현실적으로 받기 어려운 결손처분액을 통해 세수감소 없이 '선심'을 쓰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결손처분액 징수율은 5%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정부는 다만 '모럴 해저드' 우려를 의식해 일단 내년까지 한시적으로 적용한뒤 연장 여부를 검토키로 했다.



세금을 체납하면 국세청이 곧바로 신용정보기관에 통보를 하던 제도도 바꿔 소액체납자의 금융기관 이용을 돕기로 했다. 체납정보 제공 범위도 1000만원 이상 체납자로 축소했다.

이를 통해 체납정보 공유로 금융기관 이용에 제약을 받는 인원을 연 45만명에서 7만명으로 줄인다는 게 정부의 생각이다.

◇저소득자·농어민 지원 확대=경제위기로 경제적 타격을 많이 받는 저소득층을 비롯한 서민계층과 농어민에 대한 지원을 확대한 것도 눈에 띈다.



재정 악화로 신설하는 제도를 최소화하는 가운데서도 저소득 무주택자를 대상으로 한 소형주택 월세 소득공제를 새로 만들었다.

부양가족이 있어야 되고 연간 급여가 3000만원 이하, 국민주택규모(85㎡) 이하 거주자란 단서가 달려 있다. 연간 최대 18만원까지 세금 할인 혜택이 기대된다.

무주택 세대주 근로자를 대상으로 전세자금 대출금의 원리금 상환액의 40%를 소득공제 해주는 것과의 형평성도 고려했다.



'만능청약'으로 불리는 주택청약종합저축의 불입액에 대해서도 연간 120만원 한도 내에서 40%의 소득공제를 허용한다. 국민주택 규모 초과 주택에 당첨되면 기존에 감면해줬던 금액은 추징한다.

농어민을 위해서는 '농어가 목돈 마련저축'에 대한 이자소득 비과세를 2011년까지 연장해준다. 이 저축은 연 144만원 가입한도 내에서 기본 5.5% 이자율을 보장하면서 정부 자금으로 1.5%~9.6%의 장려금도 지급하는 농어민 대상 '특별혜택' 성격이다.
현재 50만 계좌에 1조5000억원이 적립돼 있어 연간 지원규모는 1048억원 가량이다.

섬의 자가발전용 석유류에 대한 면세를 2012년까지 3년 연장하고 8년 자경농지 양도세 감면 경작기간 요건도 완화한다.



◇중소기업 지원도 강화=대기업에 비해 경영여건이 열악한 중소기업에 대한 세제지원도 확대한다.

우선 상속세 감면이 되는 가업상속 조건을 대폭 완화해 '2세 경영'의 문을 넓혔다. 전체 사업기간의 60% 이상 또는 상속개시 전 10년 중 8년 이상만 근무하면 가업으로 인정한다. 현재는 대표이사로서 사업기간의 80% 이상을 근무해야만 가업상속 대상으로 인정했었다.

주식을 상속·증여할 때 최대주주에 대해서는 경영권프리미엄을 반영해 평가액에 10~15%를 할증하던 것을 배제하는 시한도 당초 올해 말에서 내년으로 연장했다.



개인만 신용카드로 국세를 납부할 수 있었지만 내년부터는 법인도 가능케 한 것도 중소기업의 열악한 자금형편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중소기업투자 세액공제 등 중소기업과 관련된 과세특례는 2012년까지 3년간 추가 연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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