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부동산 보다 나은 '골프 회원권'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2009.08.20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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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큰손 작년말 산 투매물량 되팔아 '대박'

"올해 주식이나 부동산이 많이 올랐지만 골프장회원권 시세의 상승폭도 상당했습니다. 지난 연말 회원권 투매현상이 일어났을 때 사서 2배 이상 수익을 올린 재력가가 한둘이 아닙니다." A은행 강남지역 프라이빗뱅커(PB)의 귀띔이다.

경기가 회복되면서 골프장회원권 시세도 크게 오르고 있다. 가격 상승률만 보면 부동산이나 주식보다 낫다는 평가를 받는다. '큰손'으로 불리는 강남의 자산가 가운데 상당수가 지난 연말 매입한 회원권으로 적잖은 수익을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19일 에이스회원권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전국 219개 골프장회원권 가격은 연초 대비 평균 34.3% 상승했다. 아난티클럽서울의 무기명 회원권 시세는 7억3000만원으로 올 들어 121% 올랐다. 마이다스밸리, 비전힐스, 다이너스티, 라데나 등 고가 회원권의 상승률은 80% 이상이었다. 전체 회원권 가운데 절반 이상은 가격 상승률이 40%를 웃돌았다.

은행 PB들은 골프장회원권 투자로 적지 않은 수익을 올린 거액자산가가 많다고 전했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글로벌 금융위기 와중에 투매물량이 나오면서 올해보다 가격이 낮았다.



B은행 강남지역 PB도 "지난해 11월 한 고객이 보유하던 여유자금 20억원을 회원권에 몰빵(전액투자)했다"며 "그는 지난달 회원권 처분을 통해 100% 이상 차익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C은행 PB는 "지난 연말 금융위기로 유동성에 압박을 받은 기업들이 회원권을 대거 내놓으면서 가격이 떨어지고 매물도 많아 거액자산가들이 투자하기 쉬웠다"고 전했다.

한 중소기업 임원은 "지난 연말 용인에 있는 골프장회원권 2개를 손해보고 팔았는데 요즘 가격을 보면 속이 쓰린다"며 "외환위기를 겪은 기업들은 리스크관리를 위해 낮은 가격에라도 팔아야 했다"고 아쉬워했다.

골프장회원권의 시세 상승에 맞춰 금융권의 대응도 활발해지고 있다. 한국투자저축은행은 지난달부터 골퍼와 수도권 골프연습장 등을 대상으로 '골프회원권 담보대출' 마케팅을 강화했다. 이 저축은행은 연 9.5% 금리에 최장 5년까지 자금을 빌려준다. 대출한도는 담보가치의 75%다. 회원권 시세가 오르면서 한도 역시 높아지고 있다. 다른 저축은행들도 하나둘 이에 가세하는 분위기다.


대부업체나 대출중개인 등도 골프장회원권시장을 기웃거리고 있다. 시세가 계속 오르고 있어 안정적인 담보가치가 보장된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대부업체들은 회원권 구매보다 이를 담보로 급전을 빌리려는 자금수요에 초점을 맞췄다.

한편 카드업계도 골프마케팅에 다시 시동을 걸었다. 비씨카드는 지난달 '골프라운지'(www.golfloung.com)를 오픈했다. 부킹과 레슨에 국한된 기존 서비스와 달리 VIP 부킹서비스, 그린피할인, 파3골프장 무료서비스, 특별레슨, 스크린골프 할인서비스 등으로 혜택을 넓혔다.

비씨카드 관계자는 "골프장회원권 시세 상승에는 골프인구 증가와 소비심리 회복이 반영된 것"이라며 "직장인 골퍼와 함께 연회비 20만원의 VIP회원까지 마케팅 대상에 넣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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