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아 불어라" 조선업계, 풍력이 미래다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2009.08.20 11:51
글자크기
↑ 대우조선해양이 최근 인수한 미국 풍력발전기 제조업체 드윈드(DeWind)의 2MW급 풍력발전기들↑ 대우조선해양이 최근 인수한 미국 풍력발전기 제조업체 드윈드(DeWind)의 2MW급 풍력발전기들


조선사가 배나 해양플랜트 정도만 만든다고 생각하면 착각이다. 이제는 풍력발전기도 엄연히 조선사들의 주요 사업 가운데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3대 조선사 외에 조선 주력 그룹인 STX그룹도 풍력발전기 사업에 뛰어들었다.

단순히 풍력발전기 시장의 성장 잠재력이 크기 때문만은 아니다. 향후 풍력발전기 시장의 주류가 될 해상 풍력발전기 분야의 경우 조선사들이 그동안 쌓아온 해상구조물 관련 기술이 활용될 여지가 크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조선업계의 맏형격인 현대중공업 (198,300원 ▲7,300 +3.82%)은 이미 자체 풍력발전기 공장 준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전북 군산에 건설 중인 현대중공업의 연산 13만2000㎡(약 4만평) 짜리 풍력발전기 공장이 10월말 완공될 예정이다. 현대중공업은 이를 위해 지난 2월 전북도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총 1057억원을 투자했다.

현대중공업은 앞으로 이 공장에서 1.65MW급 풍력발전기를 연간 600MW(20만가구 사용분) 규모로 생산, 미국 중국 유럽 등으로 수출할 계획이다. 오는 2013년까지는 생산 규모를 연간 800MW 규모로 확대할 계획이다.



삼성중공업 (10,630원 ▲130 +1.24%)은 아직 공장도 짓지 않은 상태에서 해외 수출 계약을 성사시켜 눈길을 끌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영국 업체와 공동개발한 모형을 지난 5월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윈드 파워(WIND POWER) 2009' 전시회에 출품, 미국 시엘로사와 미국 텍사스주에 2011년까지 2.5MW급 풍력발전기 3기(약 75만달러)를 설치하는 계약을 맺었다.

삼성중공업은 내년말까지 총 6000억원을 들여 2.5MW급 육상용 풍력발전기와 5MW급 해상용 풍력발전기를 연간 200기 생산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출 계획이다. 이어 2015년에는 800기를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춰 풍력발전기 부문에서 매출액 3조원을 달성, 세계시장의 10%를 점유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현재 80명 수준인 풍력발전기 관련 인력을 2015년까지 1000명 수준까지 늘릴 계획"이라며 "장기적으로는 풍력발전기를 연간 1600기까지도 생산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출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중공업은 현재 풍력발전기 공장 설립을 위해 국내 3~4곳을 후보로 부지 선정 작업을 진행 중이다.


한편 대우조선해양 (32,750원 ▲1,150 +3.64%)과 STX그룹은 풍력발전기 시장을 단기간내 공략하기 위해 해외 업체를 인수하는 전략을 택했다. 글로벌 경기불황으로 풍력발전기 업체들이 적당한 가격에 매물로 나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대우조선은 최근 미국 풍력발전기 제조업체 드윈드를 약 5000만달러에 인수했다. 풍력터빈을 설계하고 기술을 개발하는 이 회사는 현재까지 △750KW △1.5MW △2MW급 터빈 총 710기를 유럽, 중국, 남미, 미국 등에 판매·설치했다. 대우조선은 신모델 개발을 위해 인수 직후 7000만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대우조선은 북미지역에 풍력발전기 생산 공장을 설립하는 한편 텍사스에 1차로 2MW급 풍력발전기 20기 규모의 풍력단지를 조성한 뒤 향후 420기 규모로 확대하기로 했다. 대우조선은 북미 지역을 거점으로 2015년까지 세계 풍력발전기 시장에서 10위로 올라선 뒤 2020년에는 세계시장 점유율 15%를 확보하며 3위로 도약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조선업을 바탕으로 성장한 STX그룹의 계열사 STX중공업도 최근 네덜란드 하라코산유럽의 지분과 풍력발전 관련 특허를 240억원에 인수했다. STX중공업은 향후 풍력발전기 공장 건설과 연구개발(R&D) 등에 약 1000억원 이상을 투자해 글로벌 풍력기업으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조선업체들이 풍력발전기 시장에 앞다퉈 뛰어드는 이유는 첫째 향후 조선시장과 맞먹을 정도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분야 중 하나가 풍력발전기 시장이라는데 있다.



덴마크의 신재생에너지 전문 연구기관 BTM컨설트는 전세계 풍력발전기 시장 규모가 2007년 310억달러에서 2017년에는 2500억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풍력발전이 전세계 전략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현재 1.3%에 불과하지만, 2013년에는 3.4%, 2018년에는 8.0%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게 BTM컨설트의 전망이다.

둘째 조선사들은 풍력발전기와 같은 해상 거대 구조물을 조립할 수 있는 설비와 기술을 갖고 있다. 3MW급 풍력발전기의 경우 블레이드(날개) 하나의 길이만 40미터가 넘는다. 이 같은 대형 구조물을 다루는 데는 조선사가 강점을 가질 수 밖에 없다. 또 해상 풍력발전기는 기본적으로 염분이 섞인 해풍을 장기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돼야 하는데, 국내 주요 조선업체들은 해양플랜트 사업을 통해 이 같은 기술을 확보해왔다.

한 조선업체 관계자는 "풍력발전기의 터빈과 같은 경우는 외부기술에 의존할 수 밖에 없겠지만, 조립만큼은 국내 조선사들의 경쟁력이 충분히 먹힐 수 있을 것"이라며 "지금은 유럽, 미국, 인도의 6대 메이저 풍력발전기 업체가 세계시장의 85% 이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조선 분야에서 쌓인 기술과 노하우를 접목하면 충분히 도전해볼만 하다"고 말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