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부동산은 불패인가

머니투데이 정희경 부국장대우 금융부장 2009.08.19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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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위기로 꺾이는가 싶던 부동산 투자 열기가 되살아나는 분위기다. 경제지표들이 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기 무섭게 집값이나 전셋값이 오르고 부동산시장 뉴스도 신문의 앞자리를 차지하기 시작했다. 얼마 전 주변에서 전세금을 올려줘야 한다는 얘기가 들릴 때만 해도 개학을 앞둔 일시적 현상으로 간주했는데 잘못 본 모양이다.

집값의 바로미터로 통하는 전셋값은 이제 입주물량 부족으로 '대란' 우려까지 제기된 가운데 가파르게 올라 서울지역 아파트의 전셋값 평균은 2억원을 넘어섰다고 한다. 주택가격도 예외는 아니다. 전국의 아파트값 상승세는 어느새 19주째 이어지고, 서울과 수도권의 오름폭은 커지는 추세다.



특히 강남 재건축 대상 아파트의 경우 4분의1이 2006년 이전의 최고 가격을 회복했다는 추정도 나왔다. 여기에 최근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추가 해제설까지 나오면서 시장이 더욱 들썩거린다. 집값 상승은 금융위기로 하락한 수준을 만회하는 수준을 넘어서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 미국이나 유럽에 비하면 한국의 부동산 가격은 그리 떨어지지도 않았다.

부동산시장이 살아나는 것은 경기회복의 신호로도 읽힐 수 있지만 현 시점에선 그리 반가운 소식은 아니다. 실물경제가 완전히 회복되지 못한 상태에서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 시중자금이 생산적인 부문으로 제대로 흘러가기 어려운 데다 한국은행 총재가 잇따라 경고한 대로 '출구전략'의 본격적인 시행도 앞당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도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을 옥죄고 담보인정비율(LTV) 규제도 강화했는데 시장의 흐름이 바뀌지 않자 추가 대책을 저울질하고 있다. LTV나 총부채상환비율(DTI)의 추가 조정이나 유동성 축소 등이 유력한 카드로 거론되는데, 이것으로 안되면 금리에 손을 대야 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당국은 효과적인 대책을 강구하되 '성급한' 대응은 삼가야 한다고 본다. 이를 위해선 최근 집값 급등세의 원인부터 세밀히 점검해봐야 한다. 우선은 저금리에 기반한 풍부한 유동성, 문턱이 높지 않던 주택담보대출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이들에게 주택에 대한 관심을 높였을 가능성이 있다.

이 요인보다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각종 규제완화로 기대수익률이 높아진 게 시중자금을 부동산으로 이동시켰다는 분석이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금리인하와 함께 종합부동산세에 이은 양도소득세와 취득·등록세 등 세금 감면, 재건축 관련 규제 완화 등이 잇따르면서 부동산 투자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다고 지적했다.


올 상반기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이 늘어났지만 금융회사 전체의 가계신용은 줄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저금리나 유동성 증가가 집값 상승의 결정적인 배경은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최근 부동산시장의 이상징후가 전자의 이유(과잉유동성)라면 자금줄을 더욱 조이는 수단을 써야 한다. 하지만 후자(수익성 개선)가 더 큰 요인이 됐다면 부동산 투자의 기대수익률을 떨어뜨리는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

이런 원인 분석과 별개로 부동산 투기심리가 살아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부동산은 주식 못지않게 쏠림현상이 크게 나타나는 시장이다. 몇해 전 강남에서 시작된 아파트값 상승세가 수도권으로 확산되는 과정에는 '투기심리'가 가세했고 '거품'도 커졌다. 부동산시장의 과열은 자금배분을 왜곡하면서 경제에 큰 후유증을 남긴다. 지금은 '출구전략'을 다듬기보다 부동산시장의 불안을 진정시키는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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