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 신씨가 모은 돈은 3000만원 남짓. 처가에서 4000만원을 빌려주기로 했지만 나머지 3000만원은 어디서 구해야 할지 막막하다. 신씨는 주변의 싼 전셋집으로 옮기려고 중개업소 5∼6군데를 돌다가 결국 포기했다. 다른 단지들도 사정이 비슷해서다.
서울을 중심으로 사상 최악의 전세난이 벌어지고 있다. 물건이 귀해지면서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1억원 이상 전세값이 뛰고 있는 것. 서울 잠실·반포·목동 등 인기지역에선 전세물건이 나오는 즉시 계약이 이뤄지고 있다.
이는 전세물건이 남아 돌았던 지난 2007∼2008년과는 완전히 다른 상황이다. 잠실의 경우 재건축 대단지 입주가 마무리되면서 전셋값이 1억원 이상 급등했다. '트리지움' 109㎡ 전셋값은 현재 3억8000만~4억원선. 지난 2007년 8월 입주 당시엔 2억7000만~2억8000만원선이었다. 이 단지 85㎡ 전셋값은 같은 기간 2억3000만∼2억5000만원에서 3억~3억3000만원으로 뛰었다.
잠실동 한 중개업자는 "마음씨 좋은 집주인은 전세금 5000만원, 마음씨 나쁜 집주인은 1억원 올린다는 웃지 못할 우스갯소리가 돌고 있다"며 "전세값을 마련하지 못해 이사를 준비하는 세입자들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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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군 수요가 몰리고 있는 대치동과 목동 전셋값도 초강세다. 대치동 미도1차 112㎡ 전셋값은 3억5000만~3억6000만원으로, 연초 대비 3000만∼5000만원 올랐다. 양천구 목동5단지 89㎡도 몇개월새 5000만원 가까이 치솟았다.
전문가들은 올 가을 수도권의 전세난이 더 심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스피드뱅크 박원갑 부동산연구소장은 "잠실 트리지움 등 준공된지 2년째되는 단지를 중심으로 재계약 갈등이 깊어질 것"이라며 "입주물량이 늘어나지 않는 한 전세난이 해결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