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새치기를 아시나요?

머니투데이 송복규 기자, 전예진 기자 2009.08.19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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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 전세난 씁쓸한 신풍속도… 수급해결 안돼 내년까지도 불안

#.서울 송파구 잠실동 '트리지움'(옛 잠실주공3단지)에 전세로 사는 신승식씨(40.가명)는 요즘 한숨만 나온다. 다음달 말 전세계약 만료를 앞두고 집주인이 전세보증금 1억원 인상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2년간 신씨가 모은 돈은 3000만원 남짓. 처가에서 4000만원을 빌려주기로 했지만 나머지 3000만원은 어디서 구해야 할지 막막하다. 신씨는 주변의 싼 전셋집으로 옮기려고 중개업소 5∼6군데를 돌다가 결국 포기했다. 다른 단지들도 사정이 비슷해서다.



#.오는 10월 결혼을 앞 둔 직장인 유진희씨(32.가명)는 전셋집을 구하러 다니다 황당한 일을 겪었다. 보름만에 어렵게 찾은 전셋집을 눈 앞에서 놓친 것이다. 유씨가 계약 의사를 밝히고 집을 둘러보는 사이 다른 사람이 웃돈 1000만원을 주고 전셋집을 채갔다. 전셋집을 '새치기'한 사람은 집 구경도 하지 않고 집주인 통장으로 계약금을 송금했다.

서울을 중심으로 사상 최악의 전세난이 벌어지고 있다. 물건이 귀해지면서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1억원 이상 전세값이 뛰고 있는 것. 서울 잠실·반포·목동 등 인기지역에선 전세물건이 나오는 즉시 계약이 이뤄지고 있다.



전셋집 구하기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집을 보지도 않고 집주인에게 계약금을 먼저 보내는 헤프닝도 속출하고 있다. 전세기간이 한참 남았는데도 세입자에게 이사비를 줄테니 집을 비워달라며 횡포를 부리는 집주인도 있다.

이는 전세물건이 남아 돌았던 지난 2007∼2008년과는 완전히 다른 상황이다. 잠실의 경우 재건축 대단지 입주가 마무리되면서 전셋값이 1억원 이상 급등했다. '트리지움' 109㎡ 전셋값은 현재 3억8000만~4억원선. 지난 2007년 8월 입주 당시엔 2억7000만~2억8000만원선이었다. 이 단지 85㎡ 전셋값은 같은 기간 2억3000만∼2억5000만원에서 3억~3억3000만원으로 뛰었다.

잠실동 한 중개업자는 "마음씨 좋은 집주인은 전세금 5000만원, 마음씨 나쁜 집주인은 1억원 올린다는 웃지 못할 우스갯소리가 돌고 있다"며 "전세값을 마련하지 못해 이사를 준비하는 세입자들이 많다"고 말했다.


학군 수요가 몰리고 있는 대치동과 목동 전셋값도 초강세다. 대치동 미도1차 112㎡ 전셋값은 3억5000만~3억6000만원으로, 연초 대비 3000만∼5000만원 올랐다. 양천구 목동5단지 89㎡도 몇개월새 5000만원 가까이 치솟았다.

전문가들은 올 가을 수도권의 전세난이 더 심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스피드뱅크 박원갑 부동산연구소장은 "잠실 트리지움 등 준공된지 2년째되는 단지를 중심으로 재계약 갈등이 깊어질 것"이라며 "입주물량이 늘어나지 않는 한 전세난이 해결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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