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이슬러-피아트, 합작 첫단추부터 꼬이나

머니투데이 김성휘 기자 2009.08.18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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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신 멕시코 생산 관련 주주-경영진 마찰 가능성

파산한 미국 자동차기업 크라이슬러와 이탈리아의 자존심 피아트. 문화도 역사도 이질적인 두 기업이 화학적 결합을 이룰 것인지.

파산보호를 거쳐 피아트가 자산을 인수, 새롭게 출범한 크라이슬러가 재기를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모델은 피아트의 인기 소형차인 '피아트500'이다. 피아트의 단단한 기술력에 크라이슬러의 판매망을 더해 서로 '윈윈'한다는 것이 합작의 취지였다.

▲피아트500▲피아트500


그러나 크라이슬러의 경영권을 쥔 피아트가 이 모델의 생산거점을 미국이 아닌, 멕시코로 결정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양측간 결합이 순조롭게 진행될지 첫 시험대에 섰다.



17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크라이슬러 CEO를 겸임하는 세르지오 마르치오네 피아트 최고경영자(CEO)는 피아트500을 멕시코에서 생산할 계획을 세웠다.

생산비용 절감과 남미시장 진출을 고려한 결정이다. 멕시코 인건비는 미 자동차 노조원의 1/6수준이다.



이러한 결정은 크라이슬러의 본고장인 미국내에서 큰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특히 일자리 감소와 관련, 노조와 미 정부의 촉각이 예사롭지 않다.

주지하다시피 전미자동차노조(UAW)는 크라이슬러 지분 55%를 가진 최대 주주이다. 또 미 정부도 8% 지분을 가지고 있다. 이들로선 미국 공장이 아니라 멕시코를 선택한 경영진의 판단이 달가울 리 없다. 경영권을 쥔 피아트측의 지분은 20%에 불과하다.

아직까지 UAW는 피아트의 멕시코 생산계획에 대해 침묵을 지키고 있다. 그러나 18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GM의 주주이기도 한 UAW은 중국 대신 미국에서 생산하라며 GM을 압박한 바 있다.


업계에선 크라이슬러와 피아트의 합작에 우려의 시선을 보낸다. 경영방식과 문화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크라이슬러가 독일의 다임러벤츠와 합병했다가 결별하는 등 해외합작이 잘 풀리지 않는 징크스를 갖고 있다는 점도 우려를 키운다.

크라이슬러, '국제결혼'의 악몽



크라이슬러는 1909년 설립 이후 수차례 부침을 겪었지만 유독 해외업체와 합작이 순조롭지 못했다. 사세를 확장하던 60년대 프랑스·영국·스페인의 자동차회사를 인수했지만 성과를 내지 못해 79년 이들을 모두 프랑스 푸조에 매각하고 말았다.

곧이어 80년대 부도 위기를 맞았지만 전설적 CEO 아이아코카의 지휘 아래 부활, 미국 3대 자동차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크라이슬러는 98년 독일의 다임러벤츠와 전격 합병, 또 한 번 동거실험에 들어갔다. 두 회사는 다임러크라이슬러로 공식 출범하면서 시너지효과를 기대했으나 성과는 미흡했다. 경영부진에서 헤어나지 못한 데다 양사의 문화 차이도 극복하기 어려웠다.



불안한 동거가 계속된 지 9년만인 2007년 5월, 다임러 측은 크라이슬러 지분 80.1%를 미국 사모 펀드 서버러스 캐피털 매니지먼트에 매각했다. 그리고 지난 4월엔 나머지 지분 19.1%마저 서버러스 측에 넘기기로 해 11년만에 양사는 완전히 결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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