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정년 연장 합의… 정부 '당혹'

머니투데이 이학렬 기자 2009.08.17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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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한국노총 공공기관 직원 정년 연장 합의
-공공기관 선진화 차질 불가피
-정부, 여당과 협의 많아 내색도 못해

한나라당과 한국노총이 공공기관 직원의 정년 연장에 합의한 것에 대해 정부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정년이 연장되면 공공기관 선진화는 차질이 불가피하지만 예산안 등 앞으로 여당과 협의할 것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어 겉으로 내색도 못하는 실정이다.



◇한나라당-한국노총, 공공기관 정년 연장 합의=17일 기획재정부와 한국노총 등에 따르면 한국노총과 한나라당은 지난 14일 고위정책협의회를 개최하고 '공공기관 선진화 관련 합의문'에 서명했다.

합의문에는 공공기관 직원의 정년을 노사합의로 공무원 정년 수준으로 단계적으로 연장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정년 연장에 따른 문제점 해소 방안은 노사가 자율적으로 강구키로 했다.



지난해 법개정으로 6급 이하 공무원 정년은 57세에서 올해 58세로 늘어났고 △2011년 59세 △2013년 60세 등 단계적으로 연장된다.

공공기관 정년은 공무원처럼 정년이 단계적으로 연장되는 방식보다는 정년 연장에 따른 문제점을 해소할 방안이 마련되는 공공기관부터 60세로 한꺼번에 연장하는 방식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공기업 선진화 어떡해?" 정부 '당혹'=정부는 공공기관 정년 연장 합의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우선 2012년까지 평균 12.7%의 인력을 감축하는 공공기관 선진화는 차질이 불가피하다. 재정부 관계자는 "경영효율화가 자연감소로 이뤄져야 하는데 정년을 연장하면 인력감축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고 말했다.

매년 1조원 넘게 인건비 지출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정년 연장은 공공기관의 인건비 부담을 가중시킨다. 임금피크제를 시행해도 연장된 정년만큼 추가적인 인건비 부담이 생길 뿐만 아니라 정년 연장은 희망퇴직 위로금이 증가하는 효과도 가져온다. 보통 희망퇴직을 받으면 정년까지 남은 기간에 따라 위로금을 주기 때문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현재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공공기관의 총인건비도 도입 전후 큰 차이가 없다"며 "임금피크제 기간 동안 복리후생비 등 부가급여는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에 임금피크제 도입에 따른 실질적인 인건비 감소 효과는 미미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여당의 정책위의장이 합의문 이행에 책임을 지겠다며 서명한 것도 부담이다. 한국노총은 당초 정부 책임자의 공동서명을 요구했으나 정부는 공공기관 정년을 일률적으로 정할 수 없다는 이유 등을 들어 서명하지 않았다.

특히 세제개편안과 예산안을 두고 여당과 협의할 일이 많은 정부로서는 여당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공공기관 선진화 명분하고는 배치되지만 당의 입장을 완전히 무시할 수 없어 곤란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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