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플루에 '돼지 속앓이' 계속

머니투데이 김성휘 기자 2009.08.17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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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육가격 폭락…도축률 줄어 돼지 몸무게 증가

신종인플루엔자(H1N1)때문에 올해 미국 돼지농가가 시름에 빠졌다.

돼지와 플루간에 상관 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는데도 불구, 일명 '돼지 독감(swine flu)'이라는 명칭으로 인해 돼지고기 수요가 줄고 가격이 폭락한 것이다. 도축률이 감소해 돼지들이 평소보다 살이 찌는 웃지못할 일도 벌어졌다.

미 돈육선물 가격은 지난 14일 파운드(1파운드=454g)당 44.65센트에서 올 연말에는 33센트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7일 보도했다. 돼지고기 도매가격은 파운드당 52.52센트로 지난해 8월 사상 최고였던 94.91센트에서 44%가 줄었다.



돼지농가의 타격은 막대하다. 신종플루 발병 후 미국 돼지고기의 최대 수출처인 중국과 러시아가 수입을 크게 줄였다. 미국의 올 상반기 돈육수출은 1990년 이래 첫 감소세를 보였다. 수출이 줄자 돈육 재고량도 사상 최고 수준으로 늘어 지난 6월 재고분은 지난해보다 9.2% 증가했다.
유엔에 따르면 올해 전세계 돼지고기 교역량은 11% 감소했다.

자연히 도축률이 감소, 돼지들이 더 오래 '생존'하고 있다. 미 농무부에 따르면 농가에서 사육 중인 돼지들은 지난 8일 기준 1년 전에 비해 평균 10파운드(4.5kg)씩 체중이 불었다. 다 큰 돼지 무게는 보통 120파운드 이상이다. 신종플루가 미국 돼지들을 살찌우고 있는 셈이다.



돼지고기 판매가격도 떨어졌다. 7월 햄 소매가격은 파운드당 2.37달러로, 같은 무게의 쇠고기 스테이크(5.29달러)보다 싸고 닭가슴살(3.32달러)보다도 싸졌다.

미국의 돼지고기 농가는 수요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해 수급을 조절하는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지적했다. 그러다보니 폭락한 가격에 속수무책이다. 미국 돼지 농가들은 이달 돼지 1마리를 팔 때마다 30~35달러씩 손해를 보고 있다.

미주리대학의 가축전문 이코노미스트 글렌 그라임스는 이에 따라 5000여곳의 돼지 농가가 사육을 포기할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콤스톡인베스트먼트의 선물거래사 데이빗 크루즈는 "당분간 내수와 수출 모두 늘어날 조짐이 없다"며 "캄캄한 터널의 끝이 안 보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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