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에는 입경이 한번씩 미뤄질 때 마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면담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기대감이 고조됐었다. 그러나 구체적인 사유나 경과보고 없이 귀환이 수차례 지연되면서 배경과 전망을 두고 각종 추측이 난무한 상황이다.
◇현회장, 일정 '또'연기..언제 귀환?=현대그룹은 16일 오후 5시57분께 "현 회장 일행이 체류 일정을 하루 연장하겠다고 전해왔다"며 "통일부에 연장 신청을 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현 회장이 수차례 입경을 연기하면서 17일 귀환조차 확신할 수 없다는 데 있다. 현 회장 일행은 지난 15일을 포함해 네 차례에 걸쳐 각각 하루씩 체류 일정을 연장했었다.
당초 현 회장은 방북 이틀째인 지난 11일 김 위원장과 만남을 가질 것으로 예상 됐지만 13일 대남정책 총괄책임자인 김양건 통일전선부장과 만찬을 가졌을 뿐 북한체류 7일째인 이날까지도 김 위원장을 만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현 회장이 평소 가족행사에 빠짐없이 참여해온 만큼 이날 저녁8시로 예정된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부인인 변중석 여사의 2주기 추도식에 참여하기 위해 귀환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결국 일정을 하루 연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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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그룹관계자는 "현 회장이 매년 가족행사에 불참한 적이 없었지만 지금은 워낙 사안이 중대한 만큼 부득이하게 귀환을 미룬 것 같다"고 말했다.
◇현회장, 결국 金못보고 돌아오나=현 회장의 방북 초기만 해도 국내 언론은 김 위원장과의 면담 가능성에 대해 낙관했다.
이후 현 회장이 입경을 미루면서 면담이 불발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으나 장기 억류돼 있던 현대아산 근로자 유성진씨가 석방되면서 면담 가능성이 다시 고조됐었다.
하지만 방북 7일째까지 현 회장이 김 위원장과 만났다는 소식이 들리지 않으면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북한군 판문점대표부가 오는 17일부터 시작되는 한미합동군사훈련인 '을지 프리덤 가디언'(UFG)에 대해 "남측의 침략 전쟁 행위"로 규정하고 "무자비한 보복"을 다짐한 만큼 김 위원장과 현 회장의 만남이 가능하겠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한 대북소식통은 "내일부터 오는 27일까지 계속되는 을지 프리덤 가디언 훈련기간에는 남북간 긴장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따라서 오늘 저녁이 김 위원장과의 만남이 가능한 마지막 시간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명박 대통령이 전날 제64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북한의 '선(先) 핵포기 원칙'을 재강조한 것도 북한의 심기를 자극했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대통령은 "핵무기는 북한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북한의 장래를 더욱 어렵게 할 뿐"이라며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마음을 열고 대화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고 말 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