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체 어음 할인 안돼요"

머니투데이 오수현 기자 2009.08.17 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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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풍향계] 중소 건설업체 잇단 부도설로 관리 강화

건설경기가 회복세를 보이지만 명동 사채시장에선 건설사 어음이 자취를 감췄다. 대형 건설사들이 재개발·재건축 수주를 독식하면서 명동 주고객인 중소형 건설사들의 자금사정이 날로 악화되는 탓이다. 일부 업체를 중심으로 부도설까지 돌면서 명동에선 건설사 어음 거래를 꺼린다.

◇건설사 어음할인 급감=명동에서 어음할인 규모가 3번째로 큰 한 대부업체는 지난달부터 주고객이던 중소형 건설사들의 어음할인 규모를 평소 3분의1 수준으로 대폭 줄였다. 시장에서 주거래 건설사에 대한 부도설이 파다해진 때문이다. 이 부도설은 이달 초 중견업체인 H사가 워크아웃을 신청한 뒤 더 확대되는 양상이다.



이 대부업체 관계자는 "재개발 수주에서 밀리고 대출금리까지 올라 중소형 건설업체들의 자금난이 가중되고 있다"면서 "이를 반영하듯 명동시장에는 이들 업체의 어음할인 의뢰가 줄을 잇지만 이곳에서도 대출은 쉽지 않다"고 전했다.

명동에선 판교분양을 앞둔 또다른 중견업체 A사가 2주전 부도 직전 상황에 몰렸다가 간신히 자금을 상환했지만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아울러 B사는 골프장사업을 제외하고 사업을 대부분 정리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유동성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 건설사들이 속출하자 명동업체들은 할인율을 상향 조정하며 아예 이들 업체에 대한 할인을 거절하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올해 서울 및 수도권에서 진행된 재개발·재건축 시공사 선정에서 수주물량 90%를 대형 업체가 독식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한 업체가 워크아웃을 신청하자 명동에선 중소형 건설사들의 자금상황 파악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여기에 일부 건설사들의 어음결제 연장도 잦아지면서 명동업체들은 비교적 건실한 건설사에서 발행한 어음까지도 거래단위를 1억원 미만으로 낮췄다. 이들 업체의 자금상황도 언제 악화될지 모르는 만큼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명동 관계자는 "중소형 건설사들의 자금난이 심상치 않자 전주들은 결제가 두번 이상 연장되면 어음을 취급하지 말고 거래를 하더라도 소액만 하라고 당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청업체도 타격=명동의 신중한 대응으로 건설사 하청업체들의 고충도 날로 커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중은행을 비롯해 전 금융기관에서 사채시장에서 어음이 취급되지 않는 건설업체들을 파악한 뒤 이들 업체가 발행한 어음거래를 거절하기 때문이다. 명동엔 거래 건설사의 어 할인이 가능한지를 묻는 하청업체들의 문의도 쇄도한다.

명동 관계자는 "현재 하청업체들이 어음을 갖고 금융기관을 찾아가도 자금을 융통하기 어렵다"면서 "납품대금을 어음으로 건네받는 건자재·시멘트업체 등도 비상이 걸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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