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보다 못하다더니…" 신종플루 사망 '충격'

머니투데이 최은미 기자 2009.08.15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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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 끝나는 앞으로가 더 문제, 백신 확보 시급

국내에서도 신종플루 감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공식 감염자수만 2000명을 넘어섰지만 사망자가 나오지 않아 '감기보다 못하다'며 안심하고 있던 국내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은 격이다.

사실 전세계적으로 17만7457명이 감염되고, 1462명(WHO. 12일 기준)이 사망했지만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신종플루 위험에서 벗어나 있었다. 감염원을 모르는 사례가 초기부터 많았던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5월 2일 멕시코를 다녀온 수녀에게서 처음 발생된 후 7월 10일까지 모든 감염자에 대한 추적이 가능했다. 따라서 이들만 격리하면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7월 중순 이후 학교와 군부대, 집단행사 등을 통해 지역사회 감염이 확산, 공항검역과 격리 위주 대응방식이 한계에 다다르며 하루에만 수십명씩 감염자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14일 하루동안 62명이 추가돼 15일 0시 기준 감염자가 2023명에 이를 정도다. 지난달 말에는 신종플루에 감염된 국군 장병이 폐렴 합병증으로 위험한 상황을 맞기도 했다.

감염자가 일파만파 확산되며 정부 역시 "감염자 확산을 막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판단, 지난 달 21일 국가 재난단계를 3단계 '경계'로 격상하고, 중증질환으로 발전하거나 사망하는 감염자를 막는데 주력해왔다.



지난달부터 감염자 모두를 격리하던 방식에서 천식이나 당뇨, 고혈압 등 합병증이 일어날 경우 치명적일 수 있는 만성질환자나 임신부 등만 격리하는 것으로 대응체계를 변경한 것이 이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사망자 발생으로 정부의 '선별 후 집중치료' 대응방식에 허점이 드러난 셈이다.

더 큰 문제는 본격적인 위기가 지금부터라는 데 있다. 무더운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되면 바이러스 증식이 쉬워져 신종플루 감염자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가을 고비설'이 나돌았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렇게 되면 면역력이 약한 어린이나 노인, 만성질환자, 임산부 등은 위험할 수밖에 없다.

김우주 고려의대 감염내과 교수는 "습도 높고 더운 여름엔 비실비실하던 바이러스가 쌀쌀하며 건조해지는 가을엔 훨씬 빠르게 증식한다"며 "특히 추워지면 사람들이 야외로 안나가고 실내로 모여들어 보다 빠르게 확산되는 조건이 된다"고 강조했다.


방학 중 여행이나 연수를 마친 학생들이 학교로 복귀하는 것도 심각한 위협요인이다. 김 교수는 "7월 중순 경 집단감염이 확산된 계기가 학교였다"며 "지금 방학이라 잠잠해져 있는데 개학하고 나면 대유행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결국 대책은 '백신' 뿐이다. 손씻고 기침할때 입을 가리며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 가지 않는 등 생활수칙을 지키는 것만으로는 100% 예방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충분한 양의 백신을 확보해 고위험군인 만성질환자나 노인, 감염이 잘되는 어린이나 젊은층에게 하루빨리 공급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보건당국은 11월부터 초중고생과 군인 등 1300만명에게 백신을 접종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국내 업체 중 유일하게 신종플루 백신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는 녹십자 (164,400원 ▲2,100 +1.29%)는 내년 2월까지 최대 1200만도즈(1인당 2도즈 접종, 총 600만명 분)를 생산, 정부에 공급할 예정이다. 현재 시제품 생산을 완료, 임상시험 중이다. 9월 말 임상시험이 끝나고, 백신의 원료가 되는 유정란 공급만 원할하다면, 11월부터 생산이 가능할 것이라는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600만명분에 그치는 만큼 나머지 700만명분의 백신은 다국적제약사 등을 통해 확보해야 하지만 현재 가격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 교수는 "예방이 중요한 만큼 가장 확실한 것은 백신인데 공급이 충분하지 않아 큰 문제"라며 "미리미리 대유행에 대비한 백신생산체계 등을 갖췄어야 했는데 문제가 발생한 후 해결하려고 하니 문제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백신이 공급되는 11월까지 신종플루를 막는 일도 시급하다. 학교와 군부대 등을 중심으로 대응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검역을 통한 차단이 무너진 만큼 개인과 민간의료기관의 역할도 중요해졌다.

박승철 국가신종인플루엔자자문위원회 위원장은 "기침할 때나 콧물을 닦을 때 바이러스가 손에 묻었다가 전염되는 만큼 물만 보면 씻어야 한다"며 "가급적 코와 입을 만지지 말고 사람 많은 곳은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단, 그는 신종플루에 대해 "감기몸살인데 전염이 잘되는 것이고, 몸이 안좋은 사람은 사망할 수도 있는 일"이라며 사망자 발생에 대한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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