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리 배꼽은 안녕할까

송동석 효명한의원장 2009.08.20 14:10
글자크기

[머니위크]한의사가 쓰는 生生건강법

지난주로 삼복(초복ㆍ중복ㆍ말복)이 다 지났지만 한낮 수은주는 좀처럼 꺾일 줄 모른다. 푹푹 찌는 날씨에 땀은 비오듯하고 전신에 맥이 풀려 기운을 차릴 수 없다. 이럴 때 한국사람들은 이열치열이라 해서 뜨거운 삼계탕이나 보신탕을 찾는다. 어릴적엔 배를 내놓고 자면 아무리 날이 더워도 할머니께서 수건으로 배를 덮어주시곤 했다.

사람들은 그 더운 삼복에 몸을 덥혀주는 뜨거운 음식을 왜 먹을까? 또 더운 여름밤에 왜 배를 따뜻하게 해야 할까?



효리 배꼽은 안녕할까


여름철엔 이질, 설사 등 배앓이 환자가 다른 계절에 비해 많이 발생한다. 기온이 높아 음식이 쉬 상하고, 덥다고 아이스크림 등 찬 음식을 자주 먹는 것도 이유 중 하나다. 그러나 평소 배를 따뜻하게 관리하지 못해서 몸이 차가워지고, 그로 인해 소화기나 장의 기능이 떨어져 배탈이 잦은 것이다. 정상적인 우리 몸은 날씨가 아무리 더워도 36.5도의 체온을 유지한다. 주위가 더워지면 인체의 하단전이 냉기를 만들어내 체온의 균형을 유지해 주지만, 평소 몸 관리가 부실하면 하단전에 기가 빠져 균형을 잡아주지 못하게 된다.

신체 상부로 열이 올라와 땀이 많고 가슴이 답답한 경우 대부분 갑상선이나 체온조절 중추기능에 이상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런 경우 먼저 배꼽 주위를 따뜻하게 하는 등 이열치열을 통해 하단전을 강화하면 상부로 뜨는 열감을 줄일 수 있다.



동의보감에서는 12경맥(十二經脈) 모두가 생기의 근원인 배꼽 아래 단전에 매여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사과나 배 등 과일을 보면 가운데 부분에 꼭지가 있다. 나무에 매달려서 영양을 공급받는 유일한 통로다. 인간의 배꼽도 과일꼭지와 같은 역할을 한다.

아이가 생기지 않는 불임여성이나 배가 차갑고 자주 아픈 사람은 배를 따뜻하게 하고 배꼽을 튼튼하게 해주며 양기를 북돋워 주는 양생법인 연제법(煉臍法)을 시행하면 좋다. 한방에서 배꼽뜸으로 병을 낫게 하는 치료법이 효험을 보는 이치와 같다.

배꼽은 탯줄을 잘라낸 흔적이다. 탯줄은 모체와 태아를 연결해 주는 가늘고 긴 띠 모양의 생명줄로, 혈관을 통해 태아에게 영양분과 산소를 공급해 준다. 임신 4주가 지나면서 형성되는데 태반에서 나와 태아의 배꼽에 연결된다.


최근에는 신생아 탯줄혈액인 제대혈을 냉동보관하거나 탯줄도장을 만들어 보관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예전 민간의학에도 탯줄을 태운 재로 학질을 치료하거나 배꼽의 때로 굳은살을 제거했다는 기록이 있다. 또 중풍ㆍ성기능 장애 등에 효험을 나타내 한때 고가에 밀매되었던 사향도 사향노루의 배꼽 아래에 있는 향낭에서 추출한 기름덩어리로 최고의 최음제로 꼽히는 약재다. 배꼽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얘기다.

배꼽을 따뜻하게 해야 장수한다는 말이 있다. 배가 훤히 드러나는 배꼽티나 금속 보형물을 매달아 배꼽을 혹사시키는 피어싱 등은 건강을 위해 피하는게 좋다.

우리 시대 섹시아이콘으로 불리는 이효리는 티의 양쪽 끝을 묶어 배꼽을 드러내는 매력적인 자태로 뭇 남성의 마음을 싱숭생숭하게 만든다. 그러나 그녀를 진정 아끼는 팬이라면 더 이상 배꼽티에 열광하지 말고 배를 덮는 티로 바꿔 입기를 바라야 한다. 그래야 그녀의 건강한 매력을 더 오래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