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펀드 잔치끝? '출구전략' 세워볼까

머니투데이 임상연 기자 2009.08.13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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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정부 긴축언급에 증시 급락… "거치식투자자 환매 후 재투자 고려해야"

연초 중국본토펀드에 2000만원을 투자한 K씨는 최근 환매 여부를 놓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중국 정부가 과도하게 풀린 시중자금을 회수할 기미를 보이면서 잘 나가던 증시에 급브레이크가 걸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중국 증시의 하락세가 단순히 쉬어가는 차원인지, 본격적인 조정인지 전망이 엇갈리고 있어 선택이 쉽지 않다. K씨는 "조정이 본격화되기 전에 수익을 실현해야 할지, 아니면 조금 더 기다려야할지 모르겠다"며 "고민하는 사이에도 수익률은 떨어지고 있어 마음이 조급하다"고 토로했다.



최근 중국 증시가 하락세에 접어들면서 '출구전략(Exit strategy)', 즉 환매를 고민하는 중국펀드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자칫 출구시기를 놓칠 경우 수익이 작아질 수 있고, 반대로 섣불리 포기했다가는 기회비용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중국펀드, 올해 잔치는 끝났다?
올 들어 중국 상해증시는 지난 12일까지 70.9% 상승했다. 월별로는 지난 7월까지 매월 상승했고, 이중 석 달은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상해증시는 이달 들어 8.79% 하락, 약세로 돌아섰다. 홍콩 H증시도 3.85% 떨어졌다. 국내 증시나 미국, 일본 등 선진국 증시가 이달 들어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폭주기관차처럼 내달리던 중국 증시에 갑자기 브레이크가 걸린 것은 중국 정부가 시장 과열을 막기 위해 출구전략 카드를 본격적으로 꺼내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6일 중국 인민은행은 "경제상황과 물가상승에 맞춰 필요한 경우 통화정책 미세조정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힌 이후, 은행들이 대출규제에 나서면서 상해증시의 하락폭은 점점 커졌다.
중국펀드 잔치끝? '출구전략' 세워볼까


중국 증시의 부진은 중국펀드에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이달 들어 중국펀드의 평균수익률은 -0.53%로 여타 선진국 및 주요 이머징마켓펀드보다 저조한 성과를 기록 중이다. 특히 중국 상해증시에 투자하는 중국본토펀드의 평균수익률은 -3.42%로 더욱 부진한 상태다.

펀드별로는 '미래에셋China A Share증권자투자신탁 1(H)(주식)종류A'가 이달 들어 가장 저조한 -4.72%를 기록했고, '푸르덴셜중국본토증권자투자신탁H(주식)A'(-3.64%) 등도 시장수익률을 밑돌았다.


증시 부진으로 수익률이 떨어지자 발 빠른 투자자들은 이미 펀드 환매에 나서고 있다. 올 들어 가장 많은 시중자금이 몰렸던 중국본토펀드인 '삼성CHINA2.0본토증권자투자신탁'는 이달 들어 설정액이 48억원 감소했고, 'PCAChinaDragonAShare증권투자신탁'과 '미래에셋China A Share증권자투자신탁'도 각각 45억원, 5억원 줄었다.

"단기투자자 환매시기 왔다"
펀드전문가 대부분은 하반기 중국 증시가 본격적인 조정을 거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출구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는데다 하반기에는 정부 보유 주식이 대거 시장에 풀릴 예정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1년 미만 거치식 단기투자자들이라면 수익을 실현하고 조정이후에 재투자에 나서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충고다.



박현철 메리츠증권 펀드애널리스트는 "중국 정부는 시장 충격을 고려해 출구전략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이지만 이미 과열을 막기 위한 행동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며 "이 같은 통화정책 변화는 막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급등한 중국 증시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하반기에는 올해 풀릴 예정인 정부 보유 주식 중 80%가 집중돼 있어 증시 수급측면도 부정적"이라며 "유동성과 함께 공급물량이 늘면서 하반기 중국 증시는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단기투자자와 달리 장기투자자들은 하반기 조정에 조급해할 필요가 없다는 지적이다. 기본적으로 출구전략은 시장의 과열을 막기 위한 것으로 중국 경제 회복세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김후정 동양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국 경제는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상대적으로 높은 경제성장률이 예상되는 만큼 장기투자자들은 환매보다는 오히려 조정을 틈타 투자비중을 확대하는 것이 유효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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