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태에 울고 웃는 與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09.08.12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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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퇴 늦춰지면 조기전대 차질…정몽준 대표 승계·이재오 입각 선회

박희태에 울고 웃는 與


여권이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 때문에 울고 웃고 있다. 개각, 지도부 개편, 이재오 전 의원의 정계 복귀, 친이(친이명박)·친박(친박근혜) 갈등 등 여권 핵심 현안 한가운데 박 대표의 '결심'이 놓여 있기 때문이다.

일단 박 대표가 오는 10월 치러지는 경남 양산 국회의원 재선거에 출마하기 전 대표직을 사퇴할 것인지에 대한 논란은 일단락됐다. 박 대표는 12일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 "일부에서 대표직을 갖고 출마해야 된다는 기류가 있지만 절대 대표직에 연연하지 않고 때가 되면 과감하고 의연하게 결단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청와대 회동에서 박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재선거 출마 의사만 밝혔을 뿐 대표직 사퇴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회동 이후 집권 여당의 대표로 출마하는 데 대한 청와대와 당내 우려가 쏟아지자 출마 전 사퇴 입장을 밝힌 것이다.

문제는 사퇴 시기다. 친이(친이명박)계 내 이재오계는 이재오 전 의원의 당 복귀를 앞당기기 위해 박 대표의 조기 사퇴를 압박하고 있다. 박 대표가 이번 주 안에 사퇴할 경우 이 전 의원과 가까운 공성진 박순자 박재순 최고위원의 동반 사퇴를 유도한 뒤 다음달 20일 이전 전당대회를 치른다는 구상이다.



박 대표는 장고를 거듭하고 있다. '출마=공천', 나아가 '공천=당선'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공천 문제나 친박(친박근혜)계의 지원 문제를 어느 정도 마무리 지을 때까지 사퇴를 늦출 것이란 전망이 많다.

이날 라디오방송에서 박 대표도 "지금은 좀 정지작업을 할 게 있어서 좀 지나면 결단을 보이겠다"고 말했다. 박 대표의 측근은 "8월말 사퇴 추측도 나오지만 그건 아니다"라며 "최대한 늦춰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지작업'이 여의치 않을 경우 덜컥 대표직을 사퇴하는 데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 대표의 '결단'이 이번 주를 넘어가면 곧 시작될 9월 정기국회 일정상 9월 조기 전대는 물 건너간다.

조기 전대가 내년으로 미뤄지면 박 대표 사퇴 이후 당 대표직은 당헌·당규에 따라 지난해 7월 전당대회 2위였던 정몽준 최고위원이 승계할 가능성이 높다. 친이쪽에선 박근혜 전 대표의 대항마로, 친박쪽에선 이재오 전 의원 견제용으로 정 최고위원의 대표직 승계를 꺼리지 않는 분위기다. 각자 최선책은 아니지만 차선이라는 판단이다.


박 대표도 라디오방송 인터뷰에서 "내가 그만하면 당헌에 따라서 자동적으로 누가 승계한다는 게 다 정해져 있다"고 말했다. '정몽준 대표 체제'를 시사한 셈이다. 정 최고위원도 차기 대권 행보에 탄력을 붙일 수 있다는 점에서 싫은 내색은 아니다.

상대적으로 이 전 의원의 선택치는 줄었다. 9월 조기 전대론이 힘을 잃어가면서 당에 복귀하기 보다는 입각하는 방안이 적극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성진 최고위원은 이날 라디오방송 인터뷰에서 "이 전 의원이 내각에 있든 정당에 있든 집권여당이라는 게 당정청 소통이 가장 중요한 것 아니겠냐"며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했다. 친박계가 이 전 의원의 당내 복귀를 두고 강력 반발할 조짐을 거두지 않고 있는데 굳이 당으로 들어가 논란을 부르느니 정부에서 정권 성공을 위한 역할을 하는 게 낫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정 최고위원이 대표직을 승계하면서 비게 되는 최고위원 자리는 당분간 충원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지도부에서 최고위원을 새로 뽑지 말자는 얘기도 오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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