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 착시에 '위기' 놓칠라

머니투데이 배성민 기자, 이새누리 기자 2009.08.12 16:12
글자크기

외인 주식투자액 기관마다 7조 차이… 외환시장 착시도 우려

한 달 가까이 이어진 순매수로 외인의 증시 영향력이 커져가고 있는데 정작 해당 거래 규모의 실시간 집계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또 외인의 주식 순매수를 제대로 알 수 없어 달러 유입 규모와 환율 예측도 곤란해진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12일 금융연구원과 삼성경제연구소 등에 따르면 외국인의 주식투자자금의 집계 방식은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 한국은행 등 기관별로 차이가 나고 있다.



거래소의 외인 주식투자금은 장내 현물 거래에 한정되는 반면 금융감독원은 장내 상장지수펀드(ETF) 거래를 포함하고 있다. 또 한은의 국제수지에서는 현물거래와 ETF거래 외에 장외거래를 포함해 차이가 난다.

금융연구원은 금감원이 집계한 올해 6월까지의 외인 투자자들의 주식 누적 순매수액은 5조5000억원 정도인데 비해 실제 투자자금 유입액은 12조5000억원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또 거래소가 집계한 7월 한달간 주식 순매수는 5조9000억원인데 비해 금감원 집계치는 5조5000억원이었다.



이 연구원의 임형준 연구위원은 “외인들은 장외 발행시장에서 ETF를 다량 매입하는 동시에 장내에서는 ETF를 매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장내와 장외를 따로 떼놓고 보면 순매수도 금액에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는 것. 국제수지가 비교적 정확하지만 실제 거래와 한달여의 간격을 두고 집계.발표되기 때문에 시의성 문제도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반복되는 외환위기설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외채 관리에서 외화유동성 관리 지표와 단기외채 관리 지표를 개발하거나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또 외화 건전성 감독규정의 적용 범위를 외국은행 국내 지점(외은 지점)으로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 하는 통계상의 문제점도 지적한 것이다.

이 연구소 정영식 수석연구원은 “외은 지점의 외채 급증은 원화의 과도한 강세에 영향을 주고 글로벌 금융불안이 일어났을 때에는 외화 자금의 급격한 회수로 국내 환율 급등에 영향을 줬다”며 “외은 지점 외환자금의 흐름을 면밀히 파악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해묵은 과제인 증시 차익거래잔고의 통계 오류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차익 잔고는 프로그램 매매를 하는 기관을 대상으로 매일 장이 끝난 뒤 거래소가 보고를 받아 집계하는 형식이기 때문에 보고하는 이들이 고의 또는 허위 보고를 하더라도 이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

또 오랜 시간 누적된 오차여서 정확히 얼마가 허수인지 알 수 없다는 것도 문제다. 기관의 프로그램 매매는 외인의 증시 매매와 맞물려 있는 증시의 중요 요소로 꼽힌다.

임형준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와 같은 소규모 개방경제에서는 외인 매매 규모 등에 따라 외환시장이 큰 영향을 받는다”며 “외환 시장 규모에 비해 외인 증시 매매 자금 유출입 규모가 큰 만큼 정확한 파악이 필수적인 과제”라고 밝혔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