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당 대표설 솔솔…예상 대차대조표는

머니투데이 이승제 기자 2009.08.12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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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호한 실적, 대권도전 성큼 vs 성과 불발, 고립 자충수될 수도

정몽준 당 대표설 솔솔…예상 대차대조표는


정몽준 한나라당 최고위원(MJ·사진)의 당 대표설이 당 안팎에서 힘을 얻고 있다. 10월 재보선에서 경남 양산 출마를 원하고 있는 박희태 대표가 시기의 문제일 뿐 대표 사퇴를 공식화했기 때문.

이런 가운데 친이(친 이명박)계와 친박(친 박근혜)계 모두 조기전당대회 개최를 달가워하지 않고 있다. 친이재오계에서 9월 조기전대를 통한 이재오 전 최고위원의 당 복귀를 추진했지만 현실 여건상 무위에 그칠 전망이다. 당 대표 경선에서 차점자였던 MJ가 대표직을 승계하는 게 '가장 나은 차선책'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MJ가 당 대표가 된다면 대차대조표와 손익계산서는 어떻게 꾸려질까. 정 최고위원이 대표가 될 경우 크게 당 차원의 정치 재무제표와 MJ 개인의 정치 재무제표로 나눠 예상해 볼 수 있다.

MJ의 대표직 승계는 청와대 즉 이명박 대통령의 의중과 분리될 수 없다. 한나라당 한 재선의원은 "MJ가 대표가 된다면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 향후 당 운영의 방향과 핵심추진 과제 등을 최우선적으로 처리해야 할 것"이라며 "특히 당이 친이와 친박 대립 구도에 갇혀 있는 상태에서 '제3의 길'을 찾아낼 수 있는지가 핵심 포인트로 떠오를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는 MJ의 대표 취임이 한나라당의 새 좌표 설정에 대한 기대와 연결될 것이란 분석이다. 친이계에서는 'MJ가 사실상 친이가 아니겠냐'는 기대감이, 친박 쪽에서는 '이재오 전 의원을 견제하는 카드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MJ는 그동안 친이·친박 사이에서 '불가근 불가원(不可近 不可遠)' 원칙을 유지해 왔다. 어느 한쪽에 성급하게 기대기보다는 독자행보를 통해 자신의 세력확대를 꾀해 왔다. 때로 당론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한나라당 한 당직자는 "MJ가 대표가 된다면 자신의 친위대와 우호세력을 얼마나 크게, 얼마나 빨리 형성하는가에 따라 향후 역할과 위상이 달라질 것"이라며 "MJ는 기본적으로 조기전당대회에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어 대표 취임 후 큰 골격을 일단 유지한 뒤 내년 전당대회에서 대대적인 변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따라서 MJ가 대표를 맡게 되면 당 차원의 대차대조표에는 차변(친이)과 대변(친박) 외에 새로운 계정이 생길 수 있다. 제3의 길이 통합과 화해 쪽으로 진행되고 일정 정도 성과를 낸다면 당연히 양호한 실적(지지율 상승)을 낼 전망이다. 이럴 경우 MJ 개인의 재무제표도 이전에 비해 크게 개선된다. 성공적인 대표직 수행을 통해 대권 도전을 향한 교두보를 확보하는 게 MJ의 셈법이라고 당 안팎에선 보고 있다.

반면 MJ가 당내 파벌간 다툼 속에서 방향을 잃은 채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당내 입지가 오히려 약해질 수 있다. 아직까지 '잠재태'로 남아 있는 MJ의 능력이 부정평가에 직면할 수 있는 것. 이럴 경우 친박과 친이 양쪽으로부터 반발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특히 친박 쪽에서는 향후 박근혜 전 대표와 대권 경쟁을 벌일 수 있는 MJ에 대해 공격 수위를 높일 수도 있다.



MJ측은 이에 따라 당 대표 취임이 대권 가도를 향한 중대한 승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초선 의원은 "박 전 대표가 지금과 같은 당내 위상과 개인 지지도를 갖게 된 것도 당이 최악의 상황에 몰렸을 때 대표를 맡아 능력과 의지를 보였기 때문"이라며 "마찬가지로 MJ가 계파갈등으로 점철되고 있는 현 난국을 어떻게 타개하느냐에 따라 그의 운명은 크게 엇갈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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