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밥 신세 역외펀드, 화려하게 부활하나

머니투데이 박성희 기자 2009.08.12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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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세제혜택 종료로 투자 매력 높아져
-다양한 투자 기회..효과적인 자산배분 수단으로

올해 말 해외펀드 비과세 혜택이 사실상 종료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역외펀드의 투자 매력이 상대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역외펀드는 해외에서 설정돼 국내에서 판매된 일종의 수입형 펀드로, 펀드 열풍 속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았지만 2007년 정부가 국내 설정된 해외펀드에만 비과세 혜택을 주면서 인기가 시들해졌다. 특히 지난 해 글로벌 증시 급락과 환율 상승이 맞물려 역외펀드가 '깡통 펀드'로 전락하는 일이 잇따르자 역외펀드 시장은 급격히 위축됐다.



◇ 해외펀드 비과세 폐지, 다양한 투자기회로 다시 매력커져

그러나 해외펀드 비과세 혜택이 올해 말 폐지되면 세금 때문에 해외펀드를 선택해야할 이유가 없어진다. 무엇보다 자본시장통합법 이후 해외 유명 펀드를 묶어 재간접펀드로 들여오는 일이 쉬워지면서 투자자들은 보다 다양한 상품으로 자산 배분에 나설 수 있게 됐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의 해외펀드 분류에 따르면 국내에 설정된 해외 주식형펀드는 32개, 역외 주식형펀드는 80개다.

한 운용사 마케팅담당 이사는 "해외펀드는 국내 운용사들이 해외 운용사에 위탁 운용하기 때문에 상품 구성이나 관리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며 "역외펀드는 펀드 역사가 긴 해외 시장에서 이미 검증된 데다 운용사들이 글로벌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전세계 자산을 대상으로 투자하는만큼 진정한 분산투자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프랭클린템플턴투신운용의 '프랭클린 뮤추얼 비이컨 펀드'의 경우 구조조정 또는 기업 인수 및 합병을 통해 차익거래가 예상되는 미국 기업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독특한 전략 덕에 1997년 7월 설정된 이후 11억9268만달러 규모로 성장했다. 7월 말 현재 최근 6개월 수익률도 21.56%에 이른다.


슈로더투신운용의 'QEP 글로벌 액티브 밸류 펀드'는 MSCI 월드지수를 3~4%포인트 웃도는 것을 목표로 삼는 절대수익추구형 펀드다. 40개국 1만5000개 종목을 대상으로 무려 500개 종목을 선택해 광범위한 분산 투자를 자랑한다. 2004년 10월 설정됐으며 7일 현재 연초 이후 수익률은 26.8%다.

◇ 환헤지 없는 상품..환율이 중요 선택 포인트



역외펀드와 이를 그대로 복제해 국내에 출시된 역내펀드 중에서 어떤 걸 투자하는 게 나은지 고민스러운 경우도 있다. 이 경우 '환율' 전략이 선택 포인트다. 펀드 자체에서 환헤지가 이뤄지는 대다수 해외펀드와 달리 역외펀드는 기본적으로 환헤지를 하지 않는다. 역외펀드에 투자할 경우 스스로 환율을 전망하고 이에 따라 선물환계약 여부를 결정해야 하므로 환율이 부담스럽다면 역내펀드를 선택하는 게 낫다.

'피델리티 차이나포커스펀드' 등 일부 역외펀드에 대해 대규모 집단소송이 이어진 것도 투자자들이 사전에 환율 향방과 증시 움직임 등 시장 상황에 따라 발생 가능한 손실을 충분히 숙지하지 않고 판매사와 일방적으로 선물환 계약을 맺었기 때문이다.

간혹 역내펀드가 설정기간이 짧고 규모가 작으면 역외펀드보다 수익률이 낮을 수도 있다는 점은 염두해야 한다. '메릴린치월드광업주 펀드 A2(USD)'는 10일 현재 연초 이후 수익률이 64.43%지만 이를 그대로 복제한 역내펀드 '블랙록월드광업주펀드' 환헤지형은 48.77%, 환노출형은 57.85%에 불과하다. 이는 '블랙록월드광업주펀드'가 지난 해 9월 국내 출시된 이후 금융위기 여파로 자금 유입에 타격을 입으면서 펀드 내 투자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재근 제로인 애널리스트는 "펀드 보수는 역내펀드가 저렴하지만 성과는 역외펀드가 나은 경우가 있다"며 "환전략이 부담스럽다면 운용사가 환헤지형과 환노출형으로 구분해 출시하는 재간접 역외펀드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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