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펀드 매입순위 미뤄달라"…경기 바닥?

머니투데이 도병욱 기자 2009.08.12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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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해운사 캠코에 요청, 업황 호전 낙관은 일러

불황에 시달리던 해운업계에 경기회복 기대가 조금씩 퍼져가고 있다. 자산관리공사(캠코) 선박펀드에 선박 매입을 신청한 해운사 가운데 일부가 순위를 뒤로 미뤄달라고 요청하는 등 자금 사정이 호전되는 신호가 나오고 있다.

캠코 관계자는 12일 "최근 2~3개 업체가 4~5척씩 순위를 미뤄달라고 요청했다"며 "모집 당시 자금이 급하지 않은 업체들도 신청했는데 해운경기가 호전될 것이라는 기대에 순위 연장을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경기가 나빴지만 하반기에는 나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꾸준하게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해양수산개발원이 내놓는 경기실사지수(BSI)는 7월 113을 기록한 데 이어 8월 전망은 120으로 상승했다. 이 지수가 100을 웃돌면 경기 여건을 좋게 보는 기업이 나쁘게 보는 기업보다 많다는 의미다.

해양수산개발원 관계자는 "최근 업계가 시황이 전반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바닥을 지나고 있다는 평가가 많지만, 업체마다 원가구조가 달라 사정이 다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황 호전을 낙관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발틱운임지수(BDI)가 여전히 하락세를 이어가는데다 중소 해운업체들이 여전히 파산 위험에 시달리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BDI는 이달 초까지만 해도 3000대에 머물렀지만 9거래일 연속 하락하면서 지난 11일 2623까지 떨어졌다. 이달 안에 2~3개 해운사가 추가로 파산을 신청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선박펀드는 회생 가능성이 높은 업체를 지원하는 대책"이라며 "매입 대상 업체와 그렇지 않은 업체가 느끼는 경기는 다를 수 밖에 없고, 일부 중소 업체는 파산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캠코는 2차 선박펀드의 경우 시한을 정하지 않고 업체가 매입을 요청할 때마다 심사하는 방식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캠코 관계자는 "2차 선박펀드에도 많은 해운사가 매입을 요청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선박펀드는 일종의 안정망 역할을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캠코는 지난달 1차 매입대상으로 선정된 62척 가운데 17척을 우선적으로 매입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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