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태우는 北, 김정일 행보에 '촉각'

머니투데이 전혜영 기자 2009.08.12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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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은 회장 일정 연장… 면담 성사 가능성은 높아

기대를 모았던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간 면담이 지연되면서 김 위원장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현 회장이 방북 일정을 연장한 만큼 김 위원장과 면담 가능성은 더 높아졌다는 긍정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지만 북측의 '애태우기' 전략에 넘어가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뺏긴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현 회장, 일정연장..김정일 못 만난듯=당초 12일 입경할 예정이던 현 회장 일행은 11일 저녁 돌연 일정 연장을 결정했다.



천해성 통일부 대변인은 12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전날 밤 현정은 회장 일행이 평양체류 일정을 하루 연장하겠다고 정부에 통보했다"며 "현재 관련 행정절차를 진행중이며, 방북 승인 시점과 큰 상황변화가 없기 때문에 승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대그룹은 전날 "현 회장이 당초 2박3일간 방북할 예정이었으나 북한 당국과 조율해 13일까지 하루 더 머물기로 했다"고 밝혔으며, 이날 오전 통일부에 방북 연장 신청서를 제출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돌아올 날짜는 정해졌지만 시간은 미정"이라며 "(일정이 연장된) 구체적인 이유는 알 수 없다"고 전했다.

현대그룹 측은 구체적인 방북일정 연장 사유를 밝히고 있지 않지만 일각에서는 전날 이뤄질 것으로 관측되던 현 회장과 김 위원장간의 면담이 성사되지 않았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새벽 김 위원장이 함경남도 함흥시에 위치한 김정숙해군대학을 시찰했다고 보도했다.


관측통들은 김 위원장이 전날 김정숙해군대학을 시찰했고, 이날 평양으로 돌아와 현 회장을 만나지 않겠냐는 전망을 내놓고 있지만 아직 특별한 움직임이 포착되진 않은 상황이다.

천 대변인은 "김 위원장의 현지지도나 군부대 방문은 그 지역을 방문한 이후에 보도되는 것이 통상적인 예의이기 때문에 방문 시점이 어제인지 아니면 그 전인지는 확실하지 않다"며"김 위원장의 동선이나 현재 위치에 대해서는 확인해 줄 만한 사안이 없다"고 말했다.



◇애태우는 北, 속내는?=현 회장의 이번 방문은 북한과 어느 정도 사전 조율이 됐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현 회장은 지난 4일 금강산에서 열린 정몽헌 회장 6주기 추모행사에서 북측의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 리종혁 부위원장을 만나 당면 현안문제 협의를 위해 평양을 방문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제안했고, 북측은 이를 수용한 후 현 회장을 극진히 예우했다.

이례적으로 육로 방북을 허용했으며, 방북 당일에도 대남 라인의 고위인사인 리 부위원장이 직접 영접해 환담을 나누기도 했다.



또 현 회장이 묵고 있는 숙소도 최고위급 귀빈들이 머무르는 '백화원 초대소'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이처럼 현 회장을 예우하는듯 하면서 정작 협상의 열쇠를 쥐고 있는 김 위원장은 평양에서 멀리 떨어진 함흥으로 현지지도를 나가는 등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며 애를 태우고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단순히 김 위원장의 일정 때문에 면담이 지연되는 것일 수도 있고,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한 북한의 전략일 수도 있지만 현 회장이 귀국일정이 아닌 방문일정을 연장한 것으로 봐선 면담 자체는 성사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현대그룹 측도 현 회장의 방북 연장을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일단 김 위원장을 만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결과를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개성 방문이 예정돼 있던 조건식 현대아산 사장은 이틀 연속 방북 계획을 취소했다. 조 사장은 북측 상황을 지켜본 후 현 회장이 돌아오는 13일 방북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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