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혹시 '디드로 병'?

제윤경 에듀머니 대표 2009.08.13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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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가계부를 씁시다<5-2>]잡동사니 소비욕구 버리면 소비품격 높아져

편집자주 비싼 친환경상품을 많이 사야 녹색소비자? 아니다. 석유문명 속에선 재화를 알뜰살뜰 아껴쓰고, 아낀 돈으로 친환경적으로 사는 사람이 진정한 녹색소비자다. 머니투데이는 지식경제부 에너지관리공단 탄소캐쉬백 이로운몰 에듀머니와 함께 '녹색가계부' 캠페인을 시작한다. 이 캠페인은 알뜰한 녹색소비 고수들의 노하우를 전한다.

나도 혹시 '디드로 병'?


하나를 가지면 그것과 관련된 다른 것도 소유하고 싶어지는 것을 '디드로 효과'라고 한다. 18세기 철학자 디드로라는 사람이 친구로부터 서재용 가운 하나를 선물 받고는 그 가운의 색상에 맞춰 서재 전체의 가구를 바꿨다는 데서 유래한 경제용어이다.

소비천국을 사는 우리는 새 집을 장만하면 가구나 가전제품부터 혹 집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까지 세세하게 고려해 전동 드릴러가 들어있는 공구함까지 장만하게 된다. 냉장고 하나 바꾸면 칸칸이 설계된 수납 시스템을 다 활용할 마음에 바쁘게 식재료를 사들인다. 새 차가 생기면 오디오 시스템부터 핸즈프리 도구들을 연속적으로 구매한다.



노후와 조기 퇴직, 높은 교육비 때문에 언제나 돈에 대해 불안한 현실을 살면서도 주말이면 대형 마트 주차장에 진입하기 위해 도로까지 꼬리를 무는 자동차 대열의 불편함을 감수한다. '1+1' 행사라서, 한정 할인 기획이라서 치열하게 장바구니를 채워 돌아오면 이미 가득한 냉장고가 눈에 거슬린다.

베란다와 작은 방은 몇 년째 꺼내 쓰지 않는 살림살이들이 차지하고 부엌은 오븐과 제빵기 등 일년에 한두 번 쓰는 제품들로 가득 차면 30평형대 아파트도 비좁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이런 라이프스타일은 결국 욕구 불만만 늘린다. 게다가 상당한 에너지를 낭비하게 만든다. 품위 없는 소비행태다.



좀 더 가난했던 과거에 우리 사회는 주부가 장을 보기 위해 차를 끌고 슈퍼에 간다며 손가락질했다. 만약 그 때 냉장고 가득한 식재료를 유통기한이 지나 갖다버리면서 쓰레기 처리 비용과 전기세를 추가로 낭비하고 살았던 주부가 있었다면 코미디 소재로 등장하지 않았을까.

우리는 버리기 위해 적지 않은 비용들을 쓴다. 사용하지도 않는 전기 제품들의 코드는 항상 꽂혀 있어 전기에너지가 줄줄 새나간다. 집안 가득한 잡동사니 짐들은 냉난방비를 높인다. 고장 났는지를 의심할 정도로 나온 전기요금, 가스요금 고지서를 보면서 돈 걱정에 불행해진다.

편리하거나 행복하지도 않을 잡동사니로 새나가는 돈을 환산해보면 적지 않다. 관리비와 식비, 외식비와 생활용품비, 교통비와 통신비까지 통제하지 않고 소비하면서 미래에 중요한 재원으로 써야 할 돈들을 까먹고 사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 자녀 세대의 맑은 공기와 오염되지 않은 수자원까지 모두 끌어다 망가뜨리고 있는 셈이다.


녹색 소비자가 되는 길은 환경단체에 가입하고 정치적 이슈에 피케팅을 하는 대단한 행동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일상에서 똑똑한 소비를 하는 것이야말로 녹색 소비를 제대로 실천하는 것이다.

우선 녹색가계부를 써보자. 가계부를 쓰면 불필요한 제품과 서비스를 사고 싶은 욕심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다. 나도 모르게 새어나가던 비용을 잡아내어 습관을 바꿀 수 있다.



지출은 녹색으로 바꾸자. 잡동사니 소비를 줄이면 좀 비싸더라도 우리 자신과 환경에 꼭 필요한 녹색 제품을 살 여유가 생긴다. 우리의 미래세대, 우리 사회를 배려하는 소비야말로 나 자신의 품위를 높인다.

다음으로, 집안 가득 쓰지 않는 가전제품과 생활용품을 비워내자. 냉장고, 서랍, 베란다와 부엌 수납공간을 조금씩 구조조정을 해보자. 필요한 것만 소유하고 사는 단순한 라이프스타일은 에너지 소비를 줄여 기분 좋은 관리비 고지서와 가계부를 만들어준다. 주거공간도 넓어진다.

18세기 철학자 디드로는 서재 전체를 바꾸고 나서 우울증에 시달렸다고 한다. 채울 수록 더 큰 욕망에 갈증을 느끼기도 했을 것이며 줄어든 계좌 잔고에 돈걱정이 늘었을 것이다. 우리가 잡동사니 소비로 마이너스 통장을 들고 한숨짓는 우울함과 꼭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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