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석방 드라마, 개성도 가능하다

조봉현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 연구위원 2009.08.10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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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석방 드라마, 개성도 가능하다


영화의 흥행을 좌우하는 게 주인공의 역할과 이미지다. 주인공이 죽으면 영화가 끝난다. 그래서 주인공은 끝까지 버틴다. 남북 협력의 산물인 개성공단이라면 어떨까. 개성공단의 주인공은 누구인가. 바로 입주 기업들이다. 그런데 주인공이 위기에 빠지면서 개성공단의 앞날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세 차례에 걸친 개성 실무회담에서 남북 양측의 팽팽한 입장차만 확인했다. 토지임대료 5억 달러, 임금 300달러, 4개월 넘게 억류된 유씨 문제 등 쟁점 사안에 대해서 전혀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차기 회담이 열리지 여부는 안개속이다. 개성공단이 다시 파국으로 치닫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남북관계 냉기류가 지속되면서 죽어 가는 것은 개성공단 기업들뿐이다. 경영압박과 불안감으로 입주기업들의 시름은 상당히 깊다. 바이어 이탈로 주문이 절반으로 줄었고 생산은 40% 정도 위축됐다. 긴급 자금 600억원을 요청할 정도로 자금난이 심각하다. 사태 악화로 누적 적자가 300억원을 넘었다. 이대로 가다간 수천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된다. 기업들의 철수 도미노는 현실로 나타 날 조짐이다. 자금 수혈이 없으면 집단 부도 사태를 맞을지도 모른다. 국내 6천여 개 협력업체의 연쇄 도산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렇다고 너무 실망하거나 좌절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개성공단이 회생할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개성공단은 고임금·고지가로 경쟁력을 잃고 있는 우리 중소기업에게 새로운 돌파구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는 옛말이 있듯이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개성공단이 정치적 문제에 휘말려 흔들리는 일이 없도록 소리 나지 않게 조정 능력을 발휘할 줄 아는 지혜가 요구된다.



8월 15일 광복절을 기점으로 남북 당국 모두 개성공단 복원의 묘수를 찾기를 바란다. 서로의 입장만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마음의 문을 열고 이해하면서 배려하는 자세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상호 받아 들 일 수 있는 적정선을 찾아 남북 상생의 경협모델로 거듭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쏟아 부어야 할 때다. 남북 간 합의한 원칙과 법규를 준수하고 경제논리에 따라 모든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

북한은 개성공단 주인공을 내치려는 협박과 위협 태도를 접어야 한다. 타협하기 곤란한 조건을 내세워 개성공단의 경쟁력마저 무너뜨리면 공단에 머물 기업은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입주 기업의 관점에서 3통(통행?통신?통관) 문제를 해결하고, 타협 가능한 수정안을 다시 내놓아야 한다. 남측 직원들의 신변안전은 무조건 보장돼야 한다.

우리 정부 역시 인내심을 갖고 개성공단 희망의 싹을 키워나가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어떤 행태로든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야 한다. 개성공단 숙소 및 도로 건설과 2단계 착수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내놓는 것도 방법이다. 녹색성장과 북한 에너지 문제를 연계하는 협력사업 제안도 해볼 만하다. 인도주의적 대북지원은 조건 없이 재개하는 적극성도 보여주자. 개성공단 실무회담을 고위급으로 격상하고, 특사파견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


개성공단을 살려나가는 것은 입주 기업 스스로의 노력도 뒤따라야 한다. 분위기에 휩쓸려 성급하게 판단하지 말고 철저한 계획과 전략을 갖고 차분하게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개성공단 기업에 발주하는 업체들도 무턱대고 물량을 줄이거나 거래조건을 일방적으로 변경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국민들의 개성공단에 대한 관심과 격려도 주인공 기(氣) 살리는데 큰 힘이 될 것이다.

위기가 곧 기회라고 했듯이 지금의 개성공단 사태를 슬기롭게 극복한다면 꽉 막힌 남북관계도 활짝 열릴 것이다. 개성공단이 하루 빨리 12. 1조치 이전으로 돌아가 주인공이 맹활약하는 멋진 통일경제의 한마당으로 다시 태어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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