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네팔·태국·중국…印尼에 자리잡다

머니투데이 김훈남 기자 2009.08.06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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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의 소수민족 찌아찌아족(族)이 한글을 공식문자로 사용하기로 해 화제다. 한반도와 해외동포를 제외하고 다른 민족이 한글을 공식 문자로 지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한글을 다른 민족의 언어를 표기하는 데 사용하도록 시도가 있었지만 모두 성공하지 못했다.



2006년 7월 네팔의 오지민족에게 한글을 전파하려던 시도가 있었으나 실패했다. 국제친선클럽(IFC)의 네팔 소장인 판타 나바라지(당시 39)씨가 한국에 체류한 후 네팔로 돌아가 치트완 '피플레'지역의 체팡(Chepang)족에게 한글을 가르친 것이다. 우연히 한국에서 일하게 돼 한글을 접했고 이를 체팡족에게 전수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글을 다른 민족에 보급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거짓임이 드러난 사례도 있었다. 2001년 6월 국내 한 방송은 한글날을 기념해 태국 산지에 모여 살던 라후족에게 한글을 가르치는 내용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 라후족은 고구려 유민의 후예로 의심돼 종종 한국 다큐멘터리에 등장하는 소수민족이었다.



당시 이 프로그램은 한글의 우수성과 세계화 가능성을 잘 그렸다는 평가로 각종 상을 수상했고 호응 또한 대단했다. 그러나 2004년 1월 이 프로그램 제작에 참여했던 대학원생 유모씨가 제작과정에서의 조작을 폭로하며 프로그램 내용이 거짓임이 드러났다.

그외에도 중국의 헤이룽장 유역의 소수민족 오로첸족(族)에게 한글을 가르치려던 시도가 있었으나 동북공정이 불거져 실패한 사례도 있었다. 또 동티모르 언어인 떼뚬어를 한글로 표기하려는 사업이 추진됐으나 아직 성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실패한 전례가 있음에도 한글을 다른 나라에 전파할 필요성은 제기되고 있다.


김정숙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현재 입말(음성언어)만 있을 뿐, 그것을 표기할 만한 문자가 없는 소수민족이 많다. 표기할 문자가 없어 언어가 사라진다면 그들의 문화 역시 위험하다"며 소수민족언어 보존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김교수는 한글이 표기문자로 우수함을 설명하며 "한글은 기본자에 가획의 원리를 이용해 만들어진 표음문자이기 때문에 우리말과 그 나라 언어의 음소체계가 다르더라도 표기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말소리를 따라 표기하는 한글은 한국에서 사용하는 24자 외에도 약간의 변형을 가하면 충분히 다른 민족의 음성을 표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번에 한글을 공식문자로 채택한 찌아찌아족 역시 현재 한국에서 사용하지 않는 '순경음 ㅂ(ㅸ)'도 표기문자로 사용한다.



소수언어 보존을 위해 활동하는 기관인 SIL 인터내셔널(Summer Institute of Linguistics international)에 따르면 현재 지구상에 6912개의 언어가 사용되고 있고 이 가운데 약 2500개의 언어가 문자없이 입말로만 사용되고 있다.

6일 훈민정음학회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주(州) 부톤섬 바우바우시(市)는 이 지역 토착어 ‘찌아찌아어(語)’를 표기할 공식 문자로 한글을 채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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