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신용등급의 '明暗'

더벨 이도현 기자 2009.08.06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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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B급 회사채 기관매입 안해...금호 리스크 부각원인

이 기사는 08월04일(09:00)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제1 국적항공사 대한항공 (22,550원 ▼50 -0.22%)과 제2 국적항공사 아시아나항공 (9,770원 ▲280 +2.95%)은 자금조달 시장에서 상당한 '체급차'를 보이고 있다. 특히 금융위기 이후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유동성 위기가 불거지면서 그 차이는 더욱 뚜렷해졌다.



두 국적항공사의 자금조달 방법이 크게 다른 이유도 결국 신용등급의 차이와 그룹 리스크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 기관투자가 BBB급 회사채 투자 제한



항공산업은 항공기 도입에 따른 투자부담 등으로 차입금 및 금융비용 부담이 큰 편이다. 또 연료비 및 항공기 리스료와 관련된 환율, 수요증감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글로벌 경기 변동에도 민감한 편이다.

그러나 주변 환경이 악조건이라고 해도 쉽게 망하지 않는다. 정부가 항공사 설립·면허 취득·국제선 취항 등 영업 규제와 지원을 통해 항공산업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관투자가들은 항공사 투자에 인색하지 않다. 정부라는 배경을 믿기 때문이다.

그런데 금융위기 후 상황이 변했다. 아시아나항공은 다수 기관투자가의 투자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바로 신용등급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장기 신용등급은 현재 A0인데 반해 아시아나항공은 두 단계(notch) 낮은 BBB0를 기록하고 있다. 둘 다 투자적격 등급이기는 하지만 하나는 A급 기업, 다른 하나는 B급 기업인 셈이다.

금융위기 후 크게 달라진 투자 행태 중 하나가 신용등급 제한. 그 전에는 BBB- 이하였던 투자금지 등급이 한때 A급 이상으로 올라갔다. 최근에는 다소 누그러졌지만 여전히 BBB급 기업엔 손을 대지 않는 곳이 많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리먼 브러더스 사태 이후 국내 기관투자가들은 신용등급 BBB 이하 기업에는 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내부 방침을 세웠다"며 "아시아나항공이 쉽게 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평가하면서도 내부 규제로 인해 투자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이 SPC(특수목적회사)를 통해 발행한 ABS(자산유동화증권)은 신용보강을 통해 A- 신용등급, 즉 투자 적격으로 분류돼 기관투자가들이 적극 매입했다"며 "결국 낮은 신용등급이 아시아나항공 공모채 발행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 아시아나항공, 금호 리스크로 개인투자 기대 어려워



이처럼 신용등급 차이가 기관 투자에 대한 선을 그어 놓았다면 그룹 리스크는 개인 투자자들의 인식에도 영향을 미치는 새로운 변수로 부각하고 있다.

투자 적격 기준에 따라 기관 투자를 기대할 수 없는 아시아나항공이 회사채를 발행하려면 개인·기타 투자자들의 수요에 기대야만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짧은 만기와 높은 금리를 제시하더라도 투자자들은 금호 계열사 회사채를 외면하고 있다. 계열사인 금호석유화학의 회사채 발행액이 500억원에 그쳤고 유통시장에서는 금호그룹 채권이 급매물로 나오고 있다.



이에 아시아나항공은 단기조달자금인 CP나 미래매출을 담보로 하는 ABS를 새로운 자금조달 루트로 활용하고 있다.

증권사 IB 관계자는 "국내 금융시장에서는 ABS 발행이 자금조달 최후의 보루라는 인식이 크다"며 "그만큼 아시아나항공이 장기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어렵다는 반증"이라고 전했다.

이관계자는 "금호家 분쟁으로 일반 투자자들에게까지 그룹 리스크가 확산돼 금호그룹 채권 수요가거의 없는 게 현실"이라며 "아시아나항공은 당분간 금융시장에서 회사채 발행 등 안정적인 자금조달을 꾀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한진그룹도 지난해 말 운송업계 한파로 한동안 어려움을 겪었지만 대한항공은 지속적으로 회사채 발행에 성공하고 있다"며 "반면 아시아나항공은 '금호'라는 그룹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부각되면서 자금조달이 여의치 않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대한항공은 추가적인 회사채 발행을 통해 운영·차환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여력이 있지만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당분간 CP와 ABS가 주요 자금조달처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 대한항공은 회사채 상환, 아시아나항공은 CP 상환



한편 대한항공은 올해 중으로 총 2700억원어치의 회사채를 상환해야 한다. 9월25일 만기도래하는 1500억원어치의 회사채는 내달 발행하는 회사채로 차환한다. 11월12일에 1200억원어치의 회사채가 만기도래한다.

아시아나항공은 일단 회사채 상환에 대한 부담은 덜어냈다. 지난달 26일 만기도래한 1000억원어치의 회사채는 7월20일 발행한 2000억원어치의 ABS를 통해 상환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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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올해 중으로 만기가 돌아오는 기업어음(CP) 발행잔액은 1788억원에 달한다. 회사채로 차환하는 등 만기 구조의 장기화를 꾀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CP 발행을 통한 차환이나 추가적인 ABS 발행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항공에 비해 항공기 리스료 등 이자비용 부담이 큰 편이어서 영업이익으로 충당하고 있다"며 "회사채 발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CP나 ABS를 통해 단기차입금 상환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2009년 3월말 기준 대한항공의 매출액영업이익률은 0.3%, 아시아나항공은 -13%였다. 대한항공의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는 596.5%, 71.8%를 기록했고 아시아나항공은 각각 744.9%, 69.6%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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