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유동성 개선, 위기재발 가능성 낮다"

머니투데이 강기택 기자 2009.08.05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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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화유동성 개선 추세가 한층 뚜렷해졌다. 정부 일각에서 지난해 9월 리먼 브러더스 파산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외화유동성 위기가 끝났다는 시각을 내놓을 정도다.

그러나 외환당국은 외화유동성이 금융 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된 것은 맞지만 잠복해 있는 악재들이 수면 위로 떠오를 경우 시장이 다시 악화될 수 있어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재로선 지난해와 같은 급격한 외화유동성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지만 아직 위기가 끝난다고 선언하기에는 섣부른 감이 있다는 것이다.

5일 기획재정부와 국제금융센터 등에 따르면 지난 7월말 현재 국내 은행권의 외화채권에 대한 차환율은 정부 공급분을 제외할 경우 103%대를 웃돌고 있다.



올 상반기 만기 1년이 넘는 은행들의 외화차입 규모는 140억2000만달러로 지난해 하반기보다 189% 증가했다.

중장기 외화차입은 지난해 3분기와 4분기 각각 24억5000만달러, 24억 달러로 줄었다가 올해 1분기 56억7000만달러, 2분기 85억5000만 달러로 늘었다.

은행과 공기업의 외화조달로 외환보유액도 늘어 났다. 외환 보유액은 지난해 11월 2005억달러까지 줄어 들었다가 7월말 2375억 달러로 증가했다.


한국에 대한 신용위험도 낮아졌다. 국가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5년물 외국환평형기금채권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지난 4일 122로 떨어졌다.

지난해 10월 27일 699bp로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7월말 이래 지속적으로 연중 최저치를 경신하다시피 했다.

5년 만기 외평채 가산금리는 지난해 10월29일 622bp로 뛰어 올랐지만 3일 현재 207bp까지 하락했다.

비록 5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닷새 만에 반등했지만 최근 달러공급이 늘면서 환율은 지난달 31일 이후 3거래일 연속 연중 최저치를 갈아 치웠을 정도였다.

외화유동성이 호전되면서 정부는 일부 외화유동성 회수에 들어갔다. 한국은행이 경쟁입찰방식 외환스와프 거래를 통해 은행에 공급한 자금 103억 달러를 거둬 들인 것이 대표적이다.

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전력의 80%를 위기 대응보다는 G20 정상회의 개최에 주력할 정도로 외화유동성이 확보된 상태”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해 9월과 같은 위기가 재발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지만 가능성이 낮은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잠복된 악재들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재정부의 다른 관계자는 “미국이나 유럽 은행들의 부실 등 해결되지 않은 변수가 존재한다”며 “악재가 부각될 경우 시장이 급격히 나빠질 수 있어 위기종료 선언은 이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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